굿은 우리문화의 근원이다. 굿 의식을 통해 다양한 소리와 의상 그리고 음식들이 우리의 전통문화로 이어졌다. 굿이 미신으로 외면당하는 가운데서도 굿판에서 펼쳐진 다양한 장단과 춤과 음악 · 재담 등은 각자 전문분야로 계승됐다.
하지만 주목할 단 한가지는 무녀들만이 가지는 독창적인 것으로 보통 사람들은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몸과 마을을 치유해주는 힐링기능이다.
우리는 비록 웰빙을 추구하지만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서 오는 각종 스트레스로 몸과 마음이 병들었다. 이를 치유하겠다는 간절함에서 ‘힐링’이 등장하여 사회전반에 회자하게 된 것이다.
현재 ‘힐링’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현대인들의 병든 몸과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각종 선도수련단체에서 선도수련을 하고 있기도 하다.
병의 치유하는 무녀(醫師在女曰巫)
하지만 유사이래로 이러한 치유의 기능은 무당이 전문적으로 담당했다. ‘희남자설산훈’에는 의사재여왈무(醫師在女曰巫)라고 해서 ‘바로 여의사가 있었는데 그녀를 무’라고 기록했다. 이 외에도 많은 사서에서 무녀들이 병을 치유하는 의사였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의학의 발달로 무녀들이 병을 치유하는 기능이 움츠러들고 말았다. 그럼에도 현대의학에서 어려운 난치성 질환 중 하나가 바로 정신병이다. 정신과 의사들이 완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음에도 병의 원인과 치유 방법을 찾아내지 못하여 많은 사람들이 장기적인 약물 복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현대의학도 치유하지 못하는 정신병을 굿을 통하여 치유한 다양한 사례에 주목할 일이다.
보통 정신과의 상담을 비롯한 심리상담치료는 단계별로 진행된다. 우선 심리를 상담하고, 이어 심리를 분석하여 처방을 내린 후 처방에 의하여 심리치료를 하는 과정이다.
이는 무교인들이 늘 무꾸리(길흉을 점치는 일)를 할 때 상담하는 순서이기도 하다. 즉, 상담자의 현재 상황과 앞날의 길흉을 이야기하면서 대화를 나누는 것은 심리상담이며, 어떤 조상이 또는 어떤 환경이 힘들게 하는가를 파악하는 것이 바로 심리분석으로 조상가리(악한 조상은 내치고 옳은 조상신명은 찾아 맞아드리는 선과 악의 분별)와 점복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무꾸리를 바탕으로 치성이나 굿을 하는 것이 바로 심리치료다.
심리치료에도 관심 가져야 한다
이제는 무교인들의 상담자세도 바뀌어야 한다. 늘 기복적인 예측에서 더 나아가 현대생활에서 오는 각종 스트레스로 인한 심리치료에도 관심을 기울어야 한다.
무교인들은 줄곧 심리상담을 했지만 스스로 그것이 심리상담인지 인지하지 못했기에 새롭게 다가갈 수 있다.
우리가 상담을 하다보면 말 한마디에도 내방자가 울음을 쏟아내기도 한다. 그동안 가슴에 엉어리진 그 누구에게도 공개할 수 없었던 숨겨진 스토리를 전부 들려주면서 연신 휴지로 눈물을 훔치는 이를 보기도 한다. 이런 것이 바로 심리치료에 해당하는 카타르시스같은 ‘힐링’에 해당한다.
그리고 우리는 굿에서 늘 기복적인 효과만 내세운다. 하지만 굿을 통해 정신병자가 낫는 것은 굿이 가지고 있는 치유기능의 결과 아닌가.
굿은 화해동참(和解同參)ㆍ해원상생(解寃相生)이란 순기능을 가지고 있다. 마을 굿에 동참해 오해와 반목을 극복하고 상생의 길을 도모한다. 이러한 도당굿(마을 수호신에게 불의의 재앙을 물리치고 마을의 안녕과 평안은 구하는 굿)은 원초적인 치유력을 통해 사회적 순기능을 수행한다.
무교인들은 기존의 고정관념을 바꾸어 무꾸리와 굿이 가지고 있는 기복성의 울타리를 넘어서야 한다. 이를 통해 무꾸리와 굿이 처음부터 가지고 있던 심리상담ㆍ치유기능을 더욱 드러내어 무교인들의 인생상담을 통해 개인의 행복한 삶과 밝은 사회를 조성하는데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는 알려야 한다.
더욱이 굿의 가치가 소중한 전통문화가 되는 동시에 한민족 고유의 치유기능이었다는 점을 확인하는 동안 무교가 우리의 민족종교인 동시에 치유를 담당하였다는 점을 널리 알려야 한다.
최근에는 무교인들이 한국심리상담협회에서 심리상담사 공부도 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주객이 전도되긴 했지만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다.
무교인들이 기복적인 점만 보지 않고 심리도 상담하고 치료한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은 무교의 발전이나 무교인들의 위상정립에도 바람직한 일이 아닐까 싶다.
박동웅 기자 v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