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S뉴스통신=조현철 기자]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경남 김해시을)은 체코 원전은 물론이고, 앞으로도 미국 정부 허락 없이 원전 수출이 불가능하다며 원전 수출 치적쌓기를 위한 혈세 낭비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10월 7일 산업부 국정감사에서 '미국의 수출통제를 받고 있다는 걸 인정했다'고 했다.
김 의원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1997년 한국형 원전을 미국원자력규제위원회에 인증신청할 때 한국전력공사 등은 웨스팅하우스와 기술사용협정(License Agreement)을 맺고 CE System 80+ 기술이 원천기술이라는 내용이 포함됐고, 미원자력법과 연방규정(외국원자력활동지원규칙(10 CFR Part 810))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3년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때 원자력 관련 지식재산권을 상호 보장한다는 내용의 정상공동선언을 발표한 것도 발목을 잡고 있다. 선언문에서는 양국 정상은 “(원자력) 수출 통제 및 원전 지식재산권을 존중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추가의정서 가입국에만 원전을 수출한다”는 문구를 포함시켰다.
수출통제와 원전 지식재산권은 체코원전을 겨냥한 포석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IAEA 관련된 내용 역시 사우디 등에 원전을 독자적으로 수출하지 말라는 지시나 마찬가지였다는 평가다. 윤석열 대통령이 원전 독자수출 정책을 스스로 포기한 셈이다.
우리나라의 APR1400/1000 모델은 웨스팅하우스의 CE System 80+의 복제기술에 불과해 웨스팅하우스의 동의 없이 수출이 불가능할 것이란 전문가들의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한수원 출신인 동국대 박종운 교수는 유튜브 강연에서 “메이저 체인지가 없고, 부품을 조금 바꾼 것뿐이라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고 강조하고, “원자로에 대한 국제특허도 없이 부품만 바꾸면 내 기술이라고 주장하는 건 말이 안되고 결국 웨스팅하우스와의 협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치 않다. 한수원은 APR1400/1000이 독자기술이라고 판단하고 미 에너지부에 수출신고서를 제출했지만, 미국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반려당해 웨스팅하우스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웨스팅하우스는 이미 지식재산권 침해로 한수원을 대상으로 소송을 진행 중이고, 이에 대한 판단은 내년 말이나 종료될 것으로 보고 있어 3월에 이뤄지는 최종 계약까지 맞출 수가 없게 됐다. 게다가 미국이 원전생태계 복원을 염두에 두고 있는 상황이라 우리나라의 독자 수출에 협조적일 리가 없다.
이미 미국의 수출통제에 불응하고 최종계약을 서두르고 있는 상황이라 미국과 외교적 마찰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고 결국 체코와의 계약 역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극적인 협상이 이뤄진다고 해도 미국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
UAE 바라카 원전 때 기술사용료와 기자재 구입으로 20억달러(2.7조원)을 지급했던 전례가 있어 지금처럼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얼마나 더 지급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수출은 어렵고, 수출이 돼도 적자로 전환되어 국민 혈세를 투입할 수밖에 없게 됐다.
김 의원은 “처음부터 잘못 꿰어진 단추였고, 윤석열 정부의 국면전환용 으로 국민을 기만하고 있는 셈”이라며 “객관적인 해법은 없이 주관적 기대와 희망사항으로 수출전략을 세우는 게 말이되느냐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아마추어 정권”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지식재산권이 없어 앞으로도 원전 독자 수출은 불가능하다”며 “상황을 이렇게 몰고 간 윤석열 정부가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조현철 기자 jhc@kns.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