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프리즘: 시선의 확장’주제로 8월 14일부터 18일까지 축제 개최
풍물굿·판소리·클래식·대중음악·월드뮤직 등 80개 106회 프로그램 운영
[KNS뉴스통신=김봉환 기자] 2024 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장 이왕준, 이하 소리축제)가 오는 14일 개막공연 '잡색X'를 시작으로 18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전북특별자치도 14개 시군에서 펼쳐진다.
가을 축제에서 여름 축제로 전환한 올해 소리축제는‘로컬프리즘 : 시선의 확장’(Local prism: Enlarging perspectives)을 키워드로 열린다.
올해 23회째를 맞이한 소리축제는 풍물굿의 재해석과 관객 참여, 판소리의 가치와 향유를 위한 예술성 중심의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 또한, 다양한 계층 참여 유도와 한 여름밤의 썸머 축제를 위해 클래식과 대중음악 등을 선보인다.
■ 현대극장 위에 재해석한 개막공연 '잡색X'
올해 개막공연 '잡색X'는 농악 유네스코 등재 10주년을 기념하여 전북 농악의 하나인 임실필봉농악을 소재로 이를 재해석한 무대를 선보인다. 실제 임실 필봉마을에서 풍물과 함께 이동하며 만났던 여러 장소들에 주목한다. 당산나무를 비롯해 우물, 부엌, 판 등 풍물굿이 벌어지는 장소들을 현대극장이라는 공간으로 가져와 연극적인 방식으로 형상화한다.
'잡색X'는 전통적인 풍물굿 영역 밖 이방인의 시선에서 출발한다. <장단 DNA : 김용배적 감각>, <장단의 민족 바우덕이 트랜스포머> 등 감각적이면서도 실험적인 작품으로 관객들과 소통해온 연출가 적극이 콘셉트를 잡고, 국악의 현대화에 앞장서고 있는 원일, 신원영 음악감독 등이 풍물굿의 기원에 대한 음악적 접근을 시도한다.
농악은 얼굴도 이름도 없는 민중들의 음악이다. 이 종합 연희 풍물굿 속에는 음악을 담당하는 앞치배에 비해 부차적 역할을 수행하는 뒷치배, 즉 잡색이 존재한다. '농악판의 배우'라고 불리는 풍물 속 잡색은 아무것도 되지 못한 비주류인 동시에,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가능성의 존재로서 현재를 살아가는 평범한 시민들, 더 나아가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들로 확장된다.
무대와 관객의 경계를 허물기 위해 이 사이에 위치한 잡색은 오브제로 확대 구현하고, 농악단과 새로운 부족주의 형태로서 명명한 커뮤니티 잡색(도민 참여자 50여 명)을 등장시킴으로써 프로시니엄 극장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공동체를 중심으로 하는 농악의 세계관을 표현한다.
5일간의 화려한 막을 여는 개막공연은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와 이왕준 소리축제 조직위원장의 개막선언을 시작으로 화려하게 문을 연다. 공연은 8월 14일 오후 7시 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펼쳐진다. 15일 오후 2시에 진행되는 2회차 개막공연 후에는 적극 연출 등과 관객과의 만남이 예정되어 있다.
■ 판소리의 진수, 세계적인 두 거장의 만남, 월드뮤직 등 다채로운 공연 준비
8월 14일부터 18일까지 한국소리의전당 명인홀에서 펼쳐지는 기획공연‘판소리 다섯바탕’은 올해의 국창 김영자<심청가>를 비롯해 현재 최고의 기량을 자랑하는 중견 명창 왕기석<수궁가>, 채수정<흥보가>, 이자람<적벽가>, 라이징스타 박가빈<춘향가>의 공연이 예정됐다. 30대부터 70대까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명창들의 무대는 세대를 아우르고 판소리의 맥을 잇는 무대로 꾸며진다.
아울러, 전국 공모를 통해 블라인드 심사를 거쳐 선발된 5인의 소리꾼 김송지<수궁가>, 이정인<흥보가>, 강현영<춘향가>, 박수범<적벽가>, 조정규<심청가>의 공연도 전라감영에서 매일 펼쳐진다.
또한, 우리 음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기 위해 2010년부터 개최한 경연 프로그램‘소리프론티어’도 만나 볼 수 있으며, 전통 기악 연주의 으뜸으로 꼽히는 산조를 통해 깊이 있는 명인들의 긴 산조를 감상할 수 있는 시간도 기획됐다. 당대 최고의 명인 가야금 지성자 명인과 정회천 명인의 수준 높은 공연도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전라감영에서 진행되는 마티네 공연‘전주의 아침’은 바로크 리코더와 국악, 전통 무용, 월드뮤직 등을 선보이며, 체류형 관광객들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 피아니스트 임동혁, 세계적인 두 거장의 첫 듀오 공연은 8월 16일 오후 7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관객들과 만난다.
한국 전통음악가로 대중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대금 명인 박종기와 김계선, 두 실존 인물을 소재로 한 작품 음악극 <적로-이슬의 노래>도 전주를 찾는다. 전북의 대표적인 오페라 단체‘호남오페라단’은 동학농민혁명 130주년을 기념으로 제작한 한국의 전통음악을 소재로 한 콘서트 오페라 <녹두>를 선보인다.
공중 퍼포먼스와 전통 탈춤의 협업이 돋보이는 프로젝트날다&천하제일탈공작소의 '니나내나 니나노'는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광장에서 열린다. 다양한 음악 장르와의 협업을 하고 있는 대니 구(‘나혼자산다’출연)와 재즈 피아니스트 조윤성의 멋진 하모니, 레게, 소울 펑크 음악을 하는 밴드 윈디시티와 트로트의 신바람 이박사의 무대는 축제장을 찾는 관객들에게 시원한 음악 바람을 선사할 예정이다.
소리축제 기간에는 평소 볼 수 없었던 다양한 나라의 전통음악도 만나 볼 수 있다. 올해 주목해야 할 한국-폴란드 수교 35주년 기념 특별 프로그램‘폴란드 포커스’는 폴란드 고유의 고원지대 민속음악부터 월드뮤직, 클래식, 재즈 등 다양한 레퍼토리를 갖고 있는 파워풀한 현악 5중주‘볼로시’와 민요 소리꾼‘채수현’이 함께하는 콜라보 무대 그리고 어린이 악기 만들기 워크숍 등 다양한 장르의 프로그램을 펼친다.
전북특별자치도 교류 사업인 이시가와현 타케베 시시마이(사자춤)&전주기접놀이 등 양국의 차세대 음악인들의 협업 무대도 기대해 볼 만하다. 이와 함께 아일랜드 켈틱 음악과 남부 이탈리아 타란텔라 음악인들이 결합한‘타란타켈티카’와 네덜란드 출신 인도네시아 이민 3세대 음악가들로 구성된‘누산타라 비트’의 월드뮤직 크로스오버도 주목할 공연이다.
어린이와 가족 단위 관람객을 위한 공연과 전시·체험 프로그램도 다채롭다. 소리축제 기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시장에서는 리어카를 극장으로 사용하는 재활용 인형극 피리부는 리어카 할아버지, 다양한 소형 악기를 활용하여 새로운 소리를 탐구하고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폴란드 마웨 인스트루먼티, 나무통을 활용한 균형잡기 넌버벌 퍼포먼스인 한국의 우당탕탕 서커스 목림삼(木林森), 체코의 인형 마리오네트와 나무껍질, 레몬, 허브 등의 천연 재료 물감을 활용하고 전시와 연극 두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선보이는 체코의 오브제 씨어터 리틀 비지터를 만날 수 있다.
김희선 소리축제 집행위원장은“전북특별자치도민이 함께 만들어가고 있는 소리축제가 올해는 한 여름밤의 축제로 새롭게 탄생할 예정”이라며 “소리축제를 사랑하는 관객분들의 열기가 계속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많은 분들이 축제 현장을 찾아 흥겨운 우리 소리와 월드뮤직 등 다양한 음악과 공연의 향연을 즐기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프로그램에 대한 자세한 일정은 전주세계소리축제 홈페이지(https://www.sorifestival.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봉환 기자 bong21@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