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된 건축물이나 시설 등지서 붕괴, 탈선 등 다양한 형태의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결정적인 원인은 '안전불감증'으로 귀결된다. 흔히 말하는 안전불감증은 건설현장에서 인부와 현장관리자의 부주의로만 알고 있지만, 안전불감증은 우리사회에 상존하고 있다.
유명 엔지니어링 업체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일이 너무 많고, 설계단계에서부터 뭔가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고 성과품 납품직전까지 여러차례 검토를 하지 못한 있었다"고 토로했다. 유명한 다른 엔지니어링 업체도 근본적인 원인은 인력대비 업무의 과중함을 들었다. 일반적으로 SOC 사업의 경우 4~5명으로 팀을 이뤄 설계와 AS를 맡는다. 하지만 한 팀이 1개의 프로젝트만 담당하게 되면 다행이지만 2~3개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기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추가적으로 수주를 위한 제안서를 작성할 경우, 둘 이상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팀에 배정하기도 일쑤고, 수주를 위한 제안서는 품이 많이 들어간다.
일례로 제안서 1건 작성에 2~3명이 몰입해 2주 이상의 시간을 밤·낮 없이 쏟아붓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부장이 제안서 원고 작성과 각종 서류를 정리하고, 과장급과 대리-사원급은 제안서에 들어가는 삽도를 캐드로 그려 일러스트 업체에 넘겨 관리하는 업무를 진행한다. 결국 일반 설계업무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제안서 업무 등이 추가로 들어오면 설계업무 팀은 '팀 쪼개기'를 할 수밖에 없다. 심하면 설계 AS의 경우 차·과장급 혼자 처리하는 경우도 있다. 4~5명이 한 팀이지만 '팀 쪼개기'를 통해 실시설계를 2명이 맡아서 도면작성, 수량산출 등의 업무를 진행하게 된다. 디테일이 가장 중요한 기초가 잘 될 리가 없다.
이러한 상황이 수 십 년 전부터 반복되고 있다. 물론 실제 현장에서 잘못된 것을 일부 보정하기도 하지만 제대로 된 도면 없이 현장에서 시공한다면 그 구조물에 대한 안전 신뢰성은 담보 받을 수 없다.
지난 2021년 1월 26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됐다. 이 법의 목적은 '처벌'이 아닌 '예방'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2년여 시간이 흘렀지만 여러 매체가 보도한 중심내용은 '처벌'에 치우쳐 있다. 또한 현장에서 발생되는 근로노동자 사고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지만,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를 다루고 있다. 그동안 발생한 사고에서 보았듯이 한 번 일어나는 사고는 수십 명의 민간인 사상자를 낸다. 그러한 근본이 되는 설계 파트에서부터 안전불감증이 비롯된다면 예방을 위한 '중대재해처벌법'은 그 의미가 저감될 것이다.
이는 정부가 직접 나서서 한 프로젝트에 투입된 인원 수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없다. 결국 안전문제는 정부의 조치가 아닌 발주처와 각 회사의 자정노력이 우선이다.
영업이익에 급급해서 인력을 쪼개서 해당부서 부장, 이사급들이 수십 권에 이르는 성과품(도면, 수량 등)을 나가기 전날에 훑어본다는 자체가 ‘현장이 스스로 보정할 것’이라는 안전불감증이 잠복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 문제를 오롯이 엔지니어링 업체에만 떠넘길 수는 없으며, 이러한 일들이 발생하는 원인은 시스템적 문제에서 찾아야 한다.
여전히 우리 기업들이 발주처로부터 프로젝트를 낙찰받는 과정에서 가격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인건비 비중이 높은 엔지니어링 업계 특성상 하나라도 더 낙찰받기 위해 낮은 가격을 통해 수주를 받기 위해 가격경쟁에서 제대로 된 인력 투입은 거의 불가능하다.
여기서 '자정능력'은 업체뿐 아니라 발주처의 자정능력까지 포함한다. 단순히 PM(프로젝트매니저)의 영업능력과 자격증 점수를 포함하는 기술점수 시스템을 뜯어고치고 실제 프로젝트를 따냈다면 해당 프로젝트에 몇 명이 투입되는지를 따져서 검토할 수 있어야 한다. 온전한 환경에서만 올바른 성과가 나오고 시민안전이 보장된다. 중대재해처벌법을 시행하는 취지가 '사고예방'에 있음을 잊지 말자.
박동웅 기자 v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