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사회가 요란하다. 각 분야마다 '미투'(Me Too) 운동을 통해 과거 우리사회에서 기득권자들에게 불가항력적으로 당했던 피해자들의 폭로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과거의 그릇됐던 사회현상이 시대가 바뀌면서 낱낱이 파헤쳐지고 있는 것이다. 가해자들은 한결같이 우리사회 각 분야에서 이른바 출세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구시대에 위세와 권세를 멋대로 부린 것이다.
한국의 사회상을 지켜보면서 문득 한 외국가수가 생각났다. 바로 밥 딜런이다. 50년 이상 미국의 대중음악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가수다. 그러면서 '인간은 똑똑하면서도 어리석은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리석다'는 것은 사람은 세상이 바뀌고 시대가 변화될 것을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밥 딜런은 노래를 통해 '변화의 물결이 다가온다'고 일찍이 외쳐댔다. 그래서 그 분야의 업적으로 그는 가수이면서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그런데 그와도 노벨상을 두고 유력하게 경쟁했으며, 지금까지 15번이나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돼 왔던 한국의 추앙받던 원로시인은 변한 시대에 불어닥친 미투 바람의 중심에 휘말려 있다. 시대와 개인 삶의 아이러니다.
밥 딜런은 유대인 출신의 싱어송라이터이며 시인이자 화가이기도 하다. 그는 1960년대부터 비공식 작자와 저항음악의 대표로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래서 그는 2016년 음악가로서는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게 된 것이다. 스웨덴 한림원의 노벨상 선정 이유는 ‘‘위대한 미국 팝 문화의 전통 안에서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조해 냈다"다.
우리나라 학생 운동에도 영향을 준 《바람만이 아는 대답》(Blowin' In The Wind)과 《시대는 변하고 있으므로》(The Times They Are A-Changin')와 같은 노래들은 사회상을 잘 보여주는 노랫말로 시민권을 대표하는 곡이 되었다.
그래서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음악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래미상, 골든 글러브상, 아카데미상 등 많은 수상의 영광도 안았다. 그의 노래들은 한결같이 다양한 정치적, 사회적, 철학적, 문학적 영향을 주는 가사들이 주요 내용으로 되어 있다.
특히 《시대는 변하고 있으므로》는 1964년에 발표됐지만 변화의 시대를 예견이라도 했듯 지금도 여전히 통한다. IT혁명을 일으킨 창의적인 천재 기업가로서 세상을 바꾼 스티브 잡스도 생전에 이 노래를 즐겨 불렀다고 한다.
5절로 구성된 이 노래는 매 절의 가사마다 작가, 논객, 국회위원, 정치인, 어머니, 아버지 등 이 땅의 기성세대들에게 세상의 변화에 대해 깨우칠 것을 강권하고 있다. 그는 ‘시대가 변하고 있다’고 설파했다. 변화의 물결을 능동적으로 수용하지 않으면 시대의 뒤켠으로 밀려나 버릴 것이라고 하면서 말이다. 이 노래의 1절 가사는 이렇다.
사람들아 모여라, 어디에 나가 있던지 간에. (Come gather 'round people wherever you roam)
그리고 변화의 물결이 점점 다가옴을 인정하자. (And admit that the waters around you have grown)
그 물결이 이내 뼛속 시리게 젖어들 것임을 받아들이자. (And accept it that soon you'll be drenched to the bone.)
그대의 세월이 당신 자신에게 소중하다면 (If your time to you is worth savin')
흐름에 발맞춰 따르자. 아니면 돌처럼 가라앉을지니. (Then you better start swimmin' or you'll sink like a stone)
시대는 변하고 있으므로. (For the times they are a-changin'.)
그는 노래 뒷 절에서 기성세대들에게 ‘그대들의 구 노선은 빠르게 낡아가네'(Your old road is rapidly agin'), ‘세상의 이치는 빠르게 변해가니'(The order is rapidly fadin')라고 부르짖었다. 세상의 변화를 갈구했던 밥 딜런에게 ‘성공은 무엇이라 생각하느냐?’고 물었단다. 그러자 그는 이렇게 답변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밤에 잠자리에 들고, 그 사이에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한다면 사람이 성공한 거 아닌가요?”
그렇다. 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때가 가장 행복한 것이다. 그것이 바로 성공이다. 그 하고 싶은 일에 열정을 쏟는다면 그것 자체가 즐겁고 스릴 넘치는 일이다. 그 다음에 오는 결과가 크던 작던 간에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세를 갖고 만족감을 느끼면 그만이다. 성공하는 사람은 절대로 야랑자대(夜郞自大), 곧 자기 역량을 파악하지 못하고 위세부리지 않는다.
그 결과는 100이 될 수도 있고, 80이 될 수도 있고, 50이 될 수도 있다.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노력을 경주한다면 반드시 결과는 자신에게 합당하게 나오게 되어 있다. 그런데 그 목표를 100이라는 데 두어 그 결과를 얻지 못하면 사람들은 좌절감을 느낀다. 그것은 높은 결과의 달성 수치와 비교를 하는 데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계속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지금보다 더 나은 결실을 얻을 수 있다는 플러스적 사고를 갖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긍정의 정신자세다. 어떻게 보면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환경 속에서 현재에 만족감을 누리며 미래에 기대감을 갖게 되면 긍정의 힘이 생성되는 것이다. 그것이 미래의 꿈을 이어가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출세는 모르지만 성공이란 끝없는 세상의 정욕을 추구해서 자신이 원하는 그대로 이루는 것이 아니다. 현재에 작은 것일지라도 주관적인 만족감을 갖지 않고 미래의 더 큰 것만 추구한다고 하자. 그러면 그 만족스런 큰 것은 영원히 내게 오지 않을 것이다. 항상 더욱더 큰 것을 끝없이 좇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현실을 무시하고 이상만 추구하는 망상가라는 소리를 듣기 쉽다.
과거의 행태에서 오늘의 사회문화적 패러다임으로 변했듯이 미래 시대는 또 변할 것이다. 문화는 현재에 정체해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그 흐름을 제대로 읽어가는 것 자체가 어느 시대에나 인정받게 될 한결같은 성공의 가치인 것이다.
■ 이인권 논설위원단장은...
중앙일보, 국민일보, 문화일보 문화사업부장, 경기문화재단 수석전문위원 겸 문예진흥실장과 13년 동안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CEO)를 지냈다. ASEM ‘아시아-유럽 젊은 지도자회의(AEYLS)' 한국대표단, 아시아문화예술진흥연맹(FACP) 국제이사 부회장,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부회장, 한국공연예술경영인협회 부회장, 국립중앙극장 운영심의위원, 예원예술대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공연예술경영인대상, 창조경영인대상, 대한민국 베스트퍼스널브랜드 인증, 2017 자랑스런 한국인 인물대상, 문화부장관상(5회)을 수상했으며 칼럼니스트, 문화커뮤니케이터, 긍정경영 미디어 컨설팅 대표로 있다. <긍정으로 성공하라> <경쟁의 지혜> <예술경영 리더십> <문화예술 리더를 꿈꿔라> <석세스 패러다임> <영어로 만드는 메이저리그 인생> 등 14권을 저술했다.
이인권 논설위원단장 success-ceo@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