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군 지뢰로 확인되지 않으면 적의 행위로 추정…군 조사 의무 명문화
전상 장애보상금 공상 대비 2.5배…과거 피해자 재심사·보훈급여 소급 추진

[KNS뉴스통신=한동훈 기자] 국가의 명령을 받고 위험한 군사지역에서 작전을 수행하다 지뢰 폭발로 발목을 잃은 군인에게 적이 설치한 지뢰라는 증거까지 직접 찾아오라고 요구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
비무장지대(DMZ) 등에서 지뢰·폭발물 사고로 부상한 장병들의 전상(戰傷) 인정과 보상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언주 국회의원(경기 용인정)은 26일 지뢰 피해 장병의 입증 부담을 국가로 전환하고 전상 인정부터 국가유공자 등록, 장애보상금 지급까지 제도적으로 연계하는 이른바 **‘지뢰피해군인 전상인정 3법’**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군인사법」,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군인 재해보상법」 등 3개 법률을 대상으로 한다.
핵심은 군 작전 중 발생한 지뢰 사고에서 적의 소행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피해 장병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국가의 조사 책임과 전상 인정기준을 강화하는 것이다.
■ “발을 잃었는데 북한 지뢰 파편을 직접 가져오라니”
이 의원이 법안 발의 과정에서 주목한 것은 2019년 김포 전방지역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 사고다.
이 의원에 따르면 당시 작전 중 지뢰 폭발로 발을 잃은 군인이 북한군 지뢰라는 물증을 직접 확보해야 한다는 요구를 받았고, 결국 전상이 아닌 공상 판정을 받았다.
국가의 명령에 따라 군사작전을 수행하다 중상을 입었지만 사고 원인이 적의 행위라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전상 인정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국가가 독점한 군사기밀 증거를 다친 장병더러 직접 찾아내 적의 소행을 입증하라는 것은 온당한 국가의 도리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 군인이 홀로 감당하던 입증 책임을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짐으로써 국가를 위한 헌신이 억울하게 외면받지 않도록 부당한 관행을 바로잡고자 법안을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DMZ에서 북한이 매설한 지뢰 폭발로 군 간부 2명이 발목 절단 등 중상을 입었다는 사고를 언급하며 피해 장병들에게 위로를 전했다.
이 의원은 “국가에 헌신하다 부상한 우리 군인들의 희생에 정당한 인정과 보상이 따라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 아군 지뢰로 확인되지 않으면 ‘적의 행위’로 추정
이번 개정안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전상 인정에 필요한 입증책임의 전환이다.
현행 제도에서 문제가 된 것으로 지적된 적의 행위에 대한 입증 부담을 피해 장병에게 떠넘기지 않고, 군이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관련 기록을 확보하도록 법적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비무장지대와 민간인통제선 등 특수위험구역에서 작전 중 지뢰·폭발물 사고가 발생할 경우, 아군 지뢰에 의한 사고임이 명백하지 않은 한 적의 행위로 법적 추정하도록 했다.
또한 군이 사고 조사와 기록 확보를 직접 책임지도록 하고 피해 장병에게 지뢰 파편 등 물적 증거를 제출하도록 요구하지 못하게 하는 조항도 마련했다.
이는 군사작전의 특수성과 군사정보에 대한 접근 제한을 고려해 국가가 증거 확보의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 전상 인정부터 국가유공자 등록까지…3개 법률 동시 개정
이 의원이 발의한 3법은 각각 전상 인정, 국가유공자 등록, 장애보상금 지급을 담당하도록 설계됐다.
먼저 「군인사법」 개정안은 특수위험구역 지뢰·폭발물 사고에 대한 적의 행위 추정 원칙을 도입하고 군의 조사 책임을 명문화한다.
「국가유공자법」 개정안은 국가보훈부 장관이 군부대의 사고 관련 기록을 직권으로 확인하도록 하고, 전상 인정 장병이 전상군경으로 등록될 수 있도록 관련 절차를 연계한다.
「군인 재해보상법」 개정안은 적의 행위로 추정되는 사고 피해 장병에게도 전상 장애보상금이 지급되도록 규정을 정비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의원실에 따르면 전상 장애보상금은 일반 공상에 따른 장애보상금보다 2.5배 높은 수준이다.
따라서 이번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지뢰 피해 장병의 명예 회복뿐 아니라 실제 보상 수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 과거 피해 장병도 구제…3년 내 재심사·최대 5년 소급 지급 추진
이번 법안은 향후 발생하는 지뢰 사고뿐 아니라 과거 사고로 피해를 입은 장병에 대한 구제 방안도 포함하고 있다.
법 시행 이전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도 시행 후 3년 이내 재심사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국가유공자 보훈급여금을 최대 5년까지 소급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특례를 신설했다.
그동안 적의 행위에 대한 입증이 어렵다는 이유로 공상 판정을 받았거나 전상 인정에서 제외된 장병들에게 다시 심사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재심사와 소급 지급은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되고 개별 요건을 충족해야 적용될 수 있다.
■ “국가를 위해 다친 군인, 국가가 책임져야”
이번 법안은 군 복무 중 발생한 희생에 대해 국가가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특히 DMZ와 민통선 등 군사적 위험이 상존하는 지역에서 발생한 사고는 일반적인 산업재해와 달리 사고 현장에 대한 접근과 증거 확보가 군의 통제 아래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피해 장병 개인에게 적의 행위를 입증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합리적인지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져 왔다.
이 의원이 제안한 입증책임 전환과 법적 추정 규정은 이러한 제도적 한계를 개선하기 위한 입법적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향후 국회 심사에서는 적의 행위로 추정하는 범위와 판단 기준, 군의 조사 책임, 보훈급여 소급 적용에 따른 재정적 영향 등이 주요 논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이번 ‘지뢰피해군인 전상인정 3법’에는 대표발의자인 이언주 의원을 비롯해 임미애·김한규·김주영·안호영·맹성규·이광희·이수진·안도걸·정성호 의원 등 총 10명이 공동 발의에 참여했다.
이 의원은 국가의 명령에 따라 임무를 수행하다 희생한 군인들에게 정당한 인정과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나라를 지키다 다친 군인에게 국가가 증거를 요구할 것인가, 아니면 국가가 직접 진실을 밝히고 책임질 것인가.
이번 법안이 군 복무 중 부상한 장병들의 명예와 권익을 보호하는 제도적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국회의 입법 논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동훈 기자 knsnews9@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