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NS뉴스통신=김준 기자] 도예가 이재숙이 기하학적 형태를 통해 ‘관계’와 ‘생성’의 의미를 탐구하는 개인전 《SPACE OF CO-GENESIS》를 2026년 10월 7일부터 12일까지 서울 인사동 INSA1010(인사1010)에서 개최한다. 오프닝은 전시 첫날인 10월 7일 수요일 오후 5시에 열린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오랜 시간 이어온 기하학적 추상을 ‘관계’와 ‘생성’이라는 관점으로 확장해 선보이는 자리다.
이재숙은 오랜 시간 원과 삼각형, 원뿔 등 최소화된 기하학적 형태를 바탕으로 부분과 전체, 개체와 군집, 분리와 연결, 질서와 해체의 관계를 탐구해왔다.
작가에게 하나의 기하학적 형태는 그 자체로 완결된 조형물이 아니다. 세포와 원자가 세계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이듯 각각의 형태 역시 다른 존재와 만나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잠재적 단위다.

작품 속 형태들은 반복되고 변주된다. 서로 가까워지고 멀어지며 때로는 접촉하고 다시 분리된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개별적인 형태들은 새로운 군집을 이루고,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또 다른 질서를 만들어낸다.
형태보다 중요한 것은 ‘사이’
이재숙의 작업에서 중요한 것은 개별적인 형태 자체보다 형태와 형태 ‘사이(Between)’에서 일어나는 변화다.
그에게 ‘사이’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빈 공간이 아니다. 서로 다른 존재들이 각자의 차이를 유지한 채 만나고 관계하며, 그 관계 속에서 새로운 질서와 가능성이 탄생하는 적극적인 공간이다.
이러한 조형적 사고는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Gilles Deleuze)의 ‘생성(becoming)’ 개념과도 맞닿아 있다. 하나의 존재를 고정된 실체로 바라보기보다 다른 존재와의 접속과 관계를 통해 끊임없이 변화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획득하는 것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따라서 이재숙의 작업을 관통하는 질문 역시 “이 형태는 무엇인가?”보다 “이 형태가 다른 형태와 만났을 때 무엇이 될 수 있는가?”에 가깝다.
최근의 군집 작업에서는 이러한 생각이 더욱 분명하게 나타난다. 각각의 형태는 자신의 독립성과 차이를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전체를 구성하는 하나의 존재로 참여한다.
여기서 작가가 이야기하는 ‘화합’은 서로 다른 존재가 하나처럼 같아지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각자의 차이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함께 존재할 수 있는 새로운 질서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현실의 관계를 조형의 세계에서 실험하다
이러한 조형적 탐구에는 작가 자신의 삶과 관계에 대한 성찰도 담겨 있다.
타인과의 차이를 오래 견디기보다 자신의 기준을 지키며 관계를 정리하거나 거리를 두는 데 익숙했던 작가는 작업 안에서는 오히려 서로 다른 형태들을 쉽게 제거하지 않는다.
서로 다른 형태들을 함께 놓아보고 간격과 방향을 조정한다. 때로는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긴장을 그대로 견디면서 서로 다른 존재들이 한 공간 안에서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한다.
이재숙은 이에 대해 말한다.
“어쩌면 작업은 내가 현실에서 충분히 경험하지 못했던 관계를 조형적으로 실험하는 장소인지도 모른다.”
세포와 원자에 대한 작가의 관심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재숙은 세포나 원자의 외형을 그대로 재현하는 대신 작은 단위들이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더 큰 구조와 생명을 만들어내는 관계와 생성의 원리를 추상적 기하학의 언어로 번역한다.
따라서 이재숙의 기하학은 자연의 외형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다. 세계가 어떻게 구성되고 변화하며 또 다른 세계를 만들어내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조형 언어에 가깝다.
하나의 형태에서 둘로, 둘에서 다수로, 다수에서 군집으로 확장된 관계는 다시 새로운 전체를 만든다. 그리고 그 전체 역시 완결된 결과가 아니라 또 다른 생성으로 향하는 출발점이 된다.
완성된 이상향이 아닌 ‘생성 중인 세계’
전시 제목 《SPACE OF CO-GENESIS》에는 이러한 작가의 세계관이 함축돼 있다.
작가가 상상하는 이상세계는 모든 갈등이 사라진 완성된 이상향이 아니다. 서로 다른 존재들이 자신의 차이를 잃지 않으면서 함께 존재하고, 관계 속에서 새로운 질서를 끊임없이 만들어가는 ‘생성 중인 세계’다.
결국 이재숙에게 기하학은 단순한 형태가 아니다. 그것은 관계의 언어이며 생성의 구조이고, 자신을 넘어 더 큰 세계로 이동하기 위한 사유의 장치다.
《SPACE OF CO-GENESIS》는 바로 그 세계에 대한 조형적 탐구다.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다수가 되며, 다수가 하나의 세계를 생성한다.
“세계는 형태 안에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형태와 형태가 관계하는 순간 생성된다.”
이재숙 작가는...
이화여자대학교 도예과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도예과를 졸업했으며, 미국 뉴욕대학교(New York University)에서 도예·조각 전공 석사(MFA) 과정을 마쳤다. 개인전 6회를 비롯해 국내외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오랜 시간 도예를 기반으로 기하학적 추상 작업을 지속하며 최소화된 조형 단위를 통해 부분과 전체, 개체와 군집, 분리와 연결, 질서와 생성의 관계를 탐구해왔다. 최근에는 이를 ‘관계적 생성적 기하학(Relational Generative Geometry)’이라는 조형적 사유로 확장하고 있다.
김준 기자 knskimjun@daum.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