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은 서비스 5만 5천원 9GB, 7만 5천원 150GB, 어느 누구도 이해 못해
- LTE부터 누적되어온 데이터 차별 개선 병행해야 5G 요금제 문제 풀려
[참여연대 논평]
다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SK텔레콤이 어제(3/25) 5만원대 요금제를 추가한 5G요금제를 과기정통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은 7만원 이상의 고가요금제만으로 구성했던 기존 안이 대다수 중저가 이용자의 선택권을 제한할 우려가 크다며 반려되자 월정액 5만 5천원에 9GB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요금제를 추가하여 다시 인가신청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앞서 7만 5천원 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이 150GB, 9만원 5천원 요금제의 경우 200GB인 것과 비교하면 믿을 수 없는 데이터 차이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본부장 : 조형수 변호사)는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SK텔레콤이 즉각 인가신청을 철회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 5만원대 요금제는 단순히 구색맞추기를 넘어 소비자들을 모욕하는 ‘소비자 조롱 요금제’이다. 같은 서비스가 5만 5천원에 9GB, 7만 5천원에 150GB. SK텔레콤은 이게 정상으로 보이는가.
SK텔레콤이 5만원대 5G 요금제 데이터 제공량을 대폭 늘리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미 LTE 요금제에서부터 저가요금제 이용자와 고가요금제 이용자 간의 엄청난 데이터 차별을 통해 고가요금제 가입을 유도해왔는데, 5만원대 5G 요금제 데이터 제공량을 늘리게 되면 LTE 요금제를 함께 조정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초기 LTE요금제가 도입될 때만 해도 중저가요금제와 고가요금제의 데이터 차별은 크지 않았다. 3만원대 요금제와 6만원대 요금제를 비교해도 데이터 제공량은 10배 수준(350MB : 3GB)에 그쳤다.
그러나 데이터중심요금제(300MB : 11GB)가 도입되며 36.6배 수준까지 벌어진 데이터 차이는 2018년 T플랜 요금제(1.2GB : 100GB)가 도입된 이후 현재 83.3배에 이르고 있다. 그러다보니 현재 6만 9천원 요금제 이용자의 100MB당 요금이 69원인 것에 반해 3만 3천원 요금제 이용자는 무려 40배가 비싼 2,750원의 100MB당 요금을 내고 있다. 명백히 저가요금제 이용자에게 과도하게 비싼 요금을 물려 고가요금제 가입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이동통신 3사는 본인들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인센티브와 패널티를 활용하여 이통대리점에 고가요금제 유치를 사실상 강제해왔다는 사실이 이미 지난 20일 방통위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 과기부가 인가 과정에서 이러한 차별을 묵인해온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동통신사들은 5만원 대에 선택약정 할인을 적용하면 사실상 3-4만원대라고 주장하며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
전체 이동통신서비스 가입회선 중 가입자가 3분의 1에 불과한 선택약정할인을 마치 모든 소비자들이 받는 것처럼 왜곡하며 3-4만원대 요금제를 낸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해서는 안 될 일이다.
선택약정할인제도는 2014년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시행되면서 단말기를 구입할 때 공시지원금을 받지 않는 고객에게 지원금에 상응하는 할인 혜택을 제공하라는 취지로 도입된 것이다.
애초부터 소비자가 공시지원금을 받는 대신 선택하는 ‘조건부’ 혜택이지 통신사가 자발적으로 제공하는 ‘보편적’인 할인혜택이 아니라는 뜻이다. 단말기를 이통사를 통해 할부로 구입하지 않고 일시불로 별도 구입하는 소비자, 약정기간이 6개월 미만으로 남았지만 새로운 단말기 구입 없이 기존에 쓰던 단말기를 계속 사용하려는 소비자 등만 선택약정할인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대상자는 한정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선택약정할인율은 도입 당시 12%에서 시작해 2015년 4월 20%, 2017년 9월 25%로 순차적으로 확대되면서 최근에야 전체 가입회선의 3분의 1수준인 2천만 명을 넘어섰다.
그런데도 이동통신사들은 소비자들의 통신요금 인하 요구가 있을 때마다 선택약정할인제도를 마치 전체 소비자들이 받는 혜택인 것처럼 여론을 호도해왔다.
지난 해 서민들을 위한 2만원대 보편요금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논의가 뜨겁게 달아오르자 통신사들은 3만 3천원대 요금을 출시하면서, 선택약정할인을 적용하면 사실상 2만원대 보편요금제에 해당한다는 해괴한 논리를 내세우며 보편요금제 도입을 좌절시킨 전례가 있다.
만약 이번에도 이러한 아전인수식 논리에 과기부가 굴복해 5만원 이상의 요금제로만 5G서비스를 출시한다면, 지금도 LTE서비스 내에서 고가요금제 이용자에 비해 엄청난 데이터 차별을 받고 있는 3-4만원대 요금제 이용자들을 아예 5G서비스 진입 단계에서부터 배제시키는 완전히 불평등한 결과를 가져온다.
LTE서비스 3만원대 LTE서비스를 이용하는 다수의 소비자들은 지금도 6만원대 요금제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에 비해 최소 40배에서 최고 66배에 달하는 비싼 데이터당 요금을 내고 있다. 이통사나 일부 언론이 제기하듯, 5G 저가요금제 이용자들이 데이터 부족으로 제대로 된 5G서비스를 활용하지 못하거나 요금 폭탄을 맞을까봐 우려가 된다면 지금도 최대 66배에 달하는 데이터 차별을 해소하고 저가요금제 데이터 제공량을 대폭 확대하면 될 일이다.
그래도 부족한 데이터는 소비자들이 그때그때 무료 와이파이존을 활용하거나 현명한 소비전략을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도록 맡겨둘 일이지, 통신사가 저가요금제 출시를 회피하기 위해 이를 근거로 내세우는 것은 전형적인 후안무치의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물론 불의의 데이터 폭탄과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엄격한 초과데이터 사용량 상한제와 차단, 실시간 알림 문자 등을 통해 충분한 예방책은 철저히 마련해야 함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소비자들을 고가요금제로 유도하기 위해 혈안이 된 통신사들의 데이터 차별 정책도 문제지만, 이러한 차별적인 요금제를 제대로 된 검토 없이 인가해준 과기부와 방통위의 지난 과오도 적지 않다.
심지어 방통위는 지난 20일 온라인에서의 차별적 지원금 지급, 지원금을 빌미로 한 고가요금제 강제 등을 이유로 통신3사에 28억 5,1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는데, 이와 관련해 5G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제재수위를 낮췄다는 석연치 않은 언론보도도 있었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정부와 이통사가 적당한 수준에서 5G 요금제를 인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괜한 것이 아닌 이유다.
과기부는 중저가 이용자에 대한 과도한 차별이 시정되지 않는다면 지난 5일 SK텔레콤의 황당한 요금제를 반려했던 것처럼 재반려하는 것이 옳다. 자문위원회 회의를 열 것도 없이 즉각 해당 요금제를 반려해야 한다.
만일 과기부가 이번에도 5만원 대에 선택약정 할인을 적용하면 사실상 3-4만원대라는 통신사들의 논리를 받아들여 저가요금제 없는 5G서비스 이용약관을 그대로 인가한다면, 중저가 요금제 이용자에 대한 차별을 막아야 할 정부로서의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과기부는 ‘세계 최초’보다 ‘세계에서 가장 공평하고 저렴하며 안정적인’ 5G 서비스를 출시하기 위해 철저히 검증에 나서야 한다. 모든 국민들이 과기부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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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성 기자 master@kns.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