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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 뭐볼까?] 김혜자 주연의 연극 ‘길 떠나기 좋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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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 뭐볼까?] 김혜자 주연의 연극 ‘길 떠나기 좋은 날’
  • 윤준식 기자
  • 승인 2015.11.20 18: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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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참 잘 살았지요?”…노년의 부모님 세대를 응원하는 연극

▲ ‘소정(배우 김혜자)’은 다리 부상으로 축구선수를 포기한 남편 ‘서진(배우 송용태)’을 격려해 사진작가의 삶을 살도록 한다. <사진=조은컴퍼니 제공>
[KNS뉴스통신=윤준식 기자] 오늘 소개하는 공연은 이번 대종상 시상식으로 갑자기 화제가 된 작품 김혜자 주연의 연극 “길 떠나기 좋은 날”이다.

이번 대종상영화제에서 배우 김혜자에게 나눔화합상을 수상키로 했다가 배우 김혜자가 연극에 출연하고 있어 시상식에 참석할 수 없게 됨에 따라 시상이 취소하게 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대체 어떤 연극이지?”라는 궁금증을 갖는 분들이 있을 것 같다.

배우 김혜자는 사실 1주일 전에도 JTBC 뉴스룸에 출현해 손석희 앵커와의 인터뷰에서 연극 “길 떠나기 좋은 날”에 대한 이야기 속에서 이번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쏟아놓았다. 이 때문인지 객석을 채우기 힘든 평일 공연에도 관객들이 공연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다만 다른 공연과 다른 풍경은 5060세대들이 관객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 피부색이 다른 가난한 나라에서 온 청년과 결혼하겠다는 딸 ‘고은(배우 임예원)’을 응원하는 ‘소정’ <사진=조은컴퍼니 제공>

작품의 제목인 “길 떠나기 좋은 날”이 암시하듯 이 작품은 불치의 병에 걸려 죽음을 앞둔 여인의 마지막 삶을 보여준다. 누구도 가본 적어 설명할 수 없는 죽음의 세계를 앞두고 삶을 정리하는 의연한 여인을 배우 김혜자가 연기한다.

사실 연극은 김혜자의, 김혜자에 의한, 김혜자를 위한 작품이다. 극단 로뎀의 대표 하상길 연출이 배우 김혜자를 염두하고 극작에 들어가 수정을 거듭 수년만에 빛을 보게 되었다. 하상길 연출은 젊은 시절 무대 위 김혜자의 연기를 본 후 연극학도가 된 사연을 가진 인물로 이미 배우 김혜자와 ‘우리의 브로드웨이 마마’, ‘셜리 발렌타인’ 2편의 연극을 올린 적이 있다. 그래서 이번 작품에 등장하는 ‘소정’은 소녀같은 엄마라는 캐릭터를 가진 배우 김혜자와 똑 맞아떨어지는 인물로 나타난다.

이번 공연의 특징은 극이 시작하자마자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많은 관객들로 어수선하게 술렁이던 객석이 배우 김혜자가 연기하는 ‘소정’의 등장만으로 잠잠해지며 금방 극에 몰입하게 된다.
생각과 의지만으로 주변 사람들과 환경을 아름답게 변화시키는 ‘소정’, 다가오는 죽음마저도 다가올 미래라고 생각하는 의연한 ‘소정’, 부상을 입고 선수생활을 포기한 남편 ‘서진’을 재활시켜 사진작가의 삶을 살게 만드는 ‘소정’, 피부색이 다른 가난한 나라 출신의 청년을 남편으로 맞이한 딸 ‘고은’의 버팀목이 되는 ‘소정’ 등 이같이 독특한 캐릭터는 배우 김혜자와 겹쳐지는 것이면서도 배우 김혜자가 아니면 보여줄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 "우리 참 잘 살았지요?" 마지막 장면, 마지막 대사의 여운이 오랫동안 잔잔한 감동으로 남는다. <사진=조은컴퍼니 제공>

이뿐 아니다. 여러 편의 서정시를 읽는 듯한 느낌을 주는 대사들도 연극 “길 떠나기 좋은 날”의 특징이다. 무대의 변화가 없는 단막극이지만 ‘서진’과 ‘소정’이 주고받는 대사들 속의 시적 표현은 계절과 세월의 변화, 인간 내면의 감정의 변화를 세밀하게 나타내 자칫 단조롭고 답답할 수 있는 극의 진행을 리드미컬하게 이끌어간다. 과거와 현재가 오가고 환상과 현실이 오감에도 불구하고 대사 속에 등장하는 아름답고 다양한 우리말과 운율이 극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해준다.

무엇보다 관객 층 대부분들이 장년 이상의 계층이어서인지 배우 김혜자의 마지막 대사인 “우리 참 잘 살았지요?”에서 여기저기 ‘움찔’, ‘울컥’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지금까지 열심히 생을 살아온 분들에게는 정말 큰 위로의 말, 응원의 말이 아니었을까? 공연이 끝나고 낙엽이 떨어진 정동길을 걸으며 이 마지막 대사가 주는 여운이 가슴 깊은 곳에서 끊이지 않는 잔잔한 감동으로 오랫동안 계속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공연은 12월 20일까지 정동에 소재한 이화여고 100주년기념관 화암홀에서 이어진다. 집집마다 김장준비가 한창인데 이번 주말에는 김장을 서둘러 마치고 부모님과 함께 연극나들이를 나서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윤준식 기자 newsnzi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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