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S뉴스통신=이은구 기자] 흙에 대한 사람들의 향수와 애정은 시대가 흘러도 변함이 없다. 옛날부터 인간은 흙에서 왔다가 흙으로 돌아간다고 했고, 한 시대를 풍미한 어떤 가수는 노랫말에서 '흙에 살리라'를 열창했다. 사람들은 대부분 콘크리트로 지어진 아파트에 살면서 아스팔트가 깔린 길을 달리고, 우레탄으로 덮인 산책로를 걷지만 흙, 특히 황토에 대한 그리움과 믿음은 시대가 변할수록, 세상이 좋아질수록 더욱 견고해지는 모양새다. 황토로 만든 이불, 침대, 베개 등은 물론이요, 아예 황토에 구워낸 요리도 꾸준히 인기다. 그중에서도 황토로 만든 공간은 흙에 살고자 하는 사람들의 로망 중 로망이다.
공준택 대표는 포천에서 한옥 황토 구들방 전문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원래 집짓는 일을 하다가 1995년부터 황토를 본격적으로 빚었다.
공 대표의 고향은 전라남도 순천이지만 터전은 포천에 잡았다. 30여년 전에 포천시 일동면에 빌라 36세대를 지어 당시 분양은 잘 안됐지만 그덕에 30년째 포천시민으로 살고 있다. 그가 느끼는 포천은 공기 좋고 살기에 마음 편안한 곳이다.
잠깐 서울에 나갔다 오기라도 한 날이면 벌써부터 목이 칼칼하단다. 황토로 사람이 사는 공간을 만들기 전 가장 먼저 한 일은 황토의 성질을 파악하는 것이었다.
어떻게 하면 황토가 제 성질에 못 이겨 터지는 일을 막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황토의 좋은 성분이 사람에게 온전히 닿을 수 있을지 연구했다.
원래부터 집을 짓거나 집을 구성하는 재료에 대한 이해가 있었기에 황토에 대한 경험과 수련, 학습은 1년이면 충분했다. 그 시간 동안 공준택 대표가 파악한 황토의 효과, 그리고 그곳에서 살았을 때의 장점은 정말 많았다.
"황토는 실내 습기를 자연스럽게 조절하는 역할을 합니다. 사람이 그런 황토방에서 생활을 하면 혈액순환에 도움이 됩니다. 몸이 정말 안 좋았던 분들도 황토방에서 1년가량 생활하고 나서 많이 회복하는 것을 자주 목격했습니다. 또한 황토가 열을 만나면 원적외선이 방출됩니다. 원적외선이 몸에 흡수되면 몸을 따뜻하게 하며 면역력을 높여줍니다. 각종 노폐물과 중금속류를 땀으로 배출시켜 혈전을 분해하고 신진대사를 촉진합니다."
실제로 본초강목ㆍ향약집성방ㆍ방약합편ㆍ동의보감 등에서 황토는 ‘맛이 달고, 무독하며, 해독, 제독 능력이 뛰어나 천연 항생제 역할을 하고 영양제 역할을 하기도 한다’고 기록돼있다. 또한 흡수, 분해, 자정, 탈취, 탈지능력이 있으며 약물중독과 야균독을 푸는 효과도 있다고 한다.
황토와 현무암의 멋진 궁합
공 대표는 황토방을 지을 뿐만 아니라 고급기술을 요하는 구들장도 직접 놓는다. 구들장에는 제주에서 나는 현무암을 쓰는데, 이는 화산에서 나온 돌로 한번 불을 먹었기 때문에 아무리 불을 지펴도 터질 일이 없다.
또한 그 자체로도 원적외선이 방출돼 황토와 함께 건강에 좋은 효과를 준다고 한다. 황토방을 짓는 유수의 다른 업체들도 많지만, 이곳만의 노하우가 있다.
바로 황토에 대한 이해가 뛰어나다는 점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좋은 황토를 쓰는 것이다. 황토가 제일 좋아하는 것이 그늘이기에 응달에서 작업을 해야 황토의 효과를 높이고 일의 능률도 오른다고 한다. 황토집에 편백나무가 사용되는데 이는 살균ㆍ항균효과가 있고 면역력을 높이는 재료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천장과 벽에 편백 루바를 세우고 바닥엔 황토를 발라 근사하고 재미있는 디자인으로 사람들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공 대표는 시공비가 평당 얼마가 들어도 집 내부에 서까래를 보이도록 하여 그만의 철학이 담긴 디자인을 선보인다.
"우리의 황토집엔 도배라는 개념이 없죠. 벽은 편백나무로, 바닥은 황토를 바르죠. 그런데 바닥에 황토를 바르고 그 위에 비닐장판을 깔아버리면 아무런 효과가 없어요. 그래서 한지를 깔아 장판역할을 하면서 황토와 함께 숨을 쉬어요. 일반 업자들은 그렇게 하라고 해도 할 수가 없죠."
해외에 황토집ㆍ전통구들 알리고 싶다
공준택 대표는 집을 지은 후 2년 동안 하자보수 책임을 진다. 집을 아무리 잘 지어놔도 문제가 생길 수 있기에 이를 위해 2년간 서울보증보험에 가입하는 것이다. 물론 보증 기간이 끝나도 직접 지은 집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놓지 않는다.
'한 번 좀 봐 달라'는 부탁은 거절하는 법이 없다. 기능과 심미성을 더하고 하자보수에 대한 책임까지 철저한 황토집은 여러 곳에서 인정을 받았다.
13년 전 경기도 양주 매곡리에 지은 황토 한옥집은 양주시청이 선정한 '아름다운 집'으로 뽑힌 데 이어, 경기도 파주시 모 시의원이 의뢰해 번듯하고 근사한 집을 지어 호평을 받기도 했다. 공준택 대표는 ‘현대 문명과 기술도 수용하라’고 고객들에게 당부한다.
황토집은 좋은 점도 있지만 단점도 분명히 있다. 황토 구들방은 나무로 불을 떼서 열을 강하게 만드는 건데, 땔감 조달이 어렵다. 좋은 참나무를 사서 떼야 하는데 일반 소비자들은 이를 구하는 것이 어렵기에 반드시 옛 방식만을 고집할 게 아니라 보일러를 돌리는 방식으로 타협해도 나쁠 것이 없다고 한다.
“앞으로 목표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더 많은 황토방에서 사람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되찾도록 다양한 봉사활동에도 참여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다른 하나는 조심스럽지만 해외에 우리 황토로 지은 한옥집과 전통의 보온방식인 구들을 알리는 일입니다.”
공 대표는 그동안 여건이 좋지 않아 국내에만 머물렀지만 시간이 지나 세계로도 조금씩 황토의 영역을 넓혀나가고 싶은 꿈을 밝혔다.
이은구 기자 v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