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밭에서 받은 선물
24, 11, 27
열린 송현, 아직도 어떤 이들에게는
그다지 익지하지 않은 이름일지 모르겠다.
오랜 세월 높은 돌담으로 가려져 있다가
이건희 컬렉션 부지로 구상되면서
사람 키보다 더 높았던 돌담을 헐고
이름도 ‘열린 송현’이라 했다.
녹지 공간이 조성 되어 도심의 휴식처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청와대에서 춘추문으로 나와 삼청동길로
내려오다가 열린 송현 녹지 광장에 도착했다.
눈으로 하얗게 덮힌 녹지 광장에는
옛날처럼 뛰어노는 아이들이나 강아지가 없어도
일부러 장식해 놓은 선물인 듯 풀잎들이
눈 속에서 손을 흔들며 반가워해 주었다.
첫눈 오는 날 만나자
/ 정호승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어머니가 싸리빗자루로 쓸어놓은 눈길을 걸어
누구의 발자국 하나 찍히지 않은 순백의 골목을 지나
새들의 발자국 같은 흰 발자국을 남기며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러 가자
팔짱을 끼고
더러 눈길에 미끄러지기도 하면서
가난한 아저씨가 연탄 화덕 앞에 쭈구리고 앉아
목장갑 낀 손으로 구워놓은 군밤을
더러 사먹기도 하면서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마나
눈물이 나도록 웃으며 눈길을 걸어가자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을 기다린다
첫눈을 기다리는 사람들만이
첫눈 같은 세상이 오기를 기다린다
아직도 첫눈이 오는 날 만나자고 약속하는 사람들 때문에
첫눈은 내린다
세상에 눈이 내린다는 것과
눈 내리는 거리를 걸을 수 있다는 것은 그 얼마나 축복인가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약속한 사람을 만나
커피를 마시고
눈 내리는 기차역 부근을 서성거리자
정승호 [수선화에게] 2015년 비채
[KNS뉴스통신=박영환 기자]
박영환 기자 kns@kns.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