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S뉴스통신=김정현 기자] 도우누리는 도움을 주고받으며 함께 누리는 세상이라는 의미다. ‘돕다’의 명사인 ‘도움’과 ‘세상’을 예스럽게 이르는 말인 ‘누리’의 조어로 주로 돌봄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명에서 볼 수 있는 말이다. 도움의 옷을 잘 차려입고 그 의미를 문양으로 하나씩 새기며 돌봄과 나눔의 모양이 빼곡히 담겨있는 사회적협동조합 용인도우누리(이사장 서계현)가 있다.
현장에서 해답을 찾아라
2012년 용인지역자활센터에서 돌봄사회서비스사업이 독립돼 사회적 기업을 거쳐 조합으로 성장한 지도 어느덧 10년차다. 주요 사업으로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발달장애인주간활동서비스, 재가노인복지사업, 노인맞춤돌봄서비스, 가사·간병방문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그리고 올해부터 이용자들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업무를 수행할 직원들의 능력 향상을 위한 사업장부설 교육시설을 만들어 평생교육사업을 시작했다.
여러 사업 가운데 주 사업은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다. 그리고 가사·간병방문지원사업은 용인시에서는 유일하게 용인도우누리만이 하고있는 사업이다. 서 이사장은 돌봄사업을 하면서 그 어느 곳에도 자격이 되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인 장애인과 홀로 지내시는 어르신들을 많이 보게 됐고 제도 밖에 놓인 취약한 계층을 위한 사업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
일례로 한 독거노인의 경우 치매를 앓고 있고 매일 신장 투석을 해야 하는데 어느 날 위험에 처해 용인도우누리에 전화를 걸어 사태를 가까스로 해결했던 이야기를 꺼내며 지금의 우리 또한 나이가 들면 유사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이는 저조한 출산율과 1인 가구의 증가 추세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늘상 우려스러운 상황만 있는 것은 아니다.“한 플랫폼 기업이 들어선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취업한 발달장애인이 있다”며 다시 환하게 웃은 서 이사장은 고등학교에서 바리스타 교육을 받은 20대 발달장애인 A씨 이야기를 꺼내며 그를 담당한 사회복지사가 취업의 가능성을 발견했고 이후 서 이사장을 비롯한 모든 사회복지사들과 협의하여 그의 취업을 도왔다. 이후 직무 체험과 모의 면접을 수십 차례 하고 고용복지센터를 방문한 결과 바리스타로서 일할 수 있도록 있었다. 아울러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고 노고를 이해해주는 것이 큰 동력이 되고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는 법이다.
발달장애인주간활동서비스 사업의 경우 졸업하고 취업하기 힘든 발달장애인들이 더욱 소외되는 것을 막고 지역사회 내에서 융화되어 어느 분야에 참여할 수 있도록 시설내 모든 교사들과 함께 고심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자폐증이 심한 발달장애인들은 사람과 소통하고 일상생활을 잘 할 수 있도록 돕는 일상생활 훈련을 많이 하는 편이라고 한다. 서 이사장은 “각자 이용자에게 적합한 취업의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원칙 지키며 큰 산 넘어 정착
초창기 힘들었던 사업으로 장기요양서비스사업을 언급한 서 이사장은 사회적 기업으로서 법에 명시된 현장 인력의 휴게 시간을 준수하고 화상 모니터링을 통해 부정수급을 막는 원칙을 지켜왔다. 용인도우누리의 이러한 정도경영이 현장 근무자의 이탈로 이어지기도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이런 점이 용인도우누리만이 줄 수 있는 신뢰감과 연결됐다고 한다. 그리고 이제 현장에서 일하는 인력을 포함해 서비스 이용자와 보호자들에게도 소문이 나서 많은 분들이 찾아오고 있어 어려움을 정직과 신뢰로 역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 이사장은 2016년 재임 후에도 공문을 포함한 모든 일처리 과정에서 매뉴얼을 만들어 시스템을 정비하고 조직하였으며 기존에 1인이 관리했던 회계처리 방식을 기관에 있는 모든 직원이 볼 수 있게 회계 관리의 투명성·안전성과 함께 직원들의 신뢰 또한 자연스럽게 형성돼 조직이 많이 안정됐다고 설명했다.
올해 용인도우누리는‘2021년 장애인활동지원기관 평가’에서 용인시 최초로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서 이사장은 이에 대해 “용인도우누리가 원칙을 지켰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의 원칙은 ‘이용자들에 대한 존중’이 첫 번째이고 그 다음으로 ‘투명한 운영’이라”고 밝혔다. 이용자들을 존중해야 그들이 이곳을 찾고 용인도우누리의 모든 직원이 존재할 수 있으며 투명한 운영만이 직원 간에 신뢰와 동기 부여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게 그녀의 신념이다.
네트워크 연대로 지역발전 이루다
용인시사회적경제협의회 부회장을 맡고 있기도 한 서 이사장은 네트워크 사업을 통해 지역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역의 사회적 기업과 협의회가 마을 공동체 사업을 하고 있다고 전하며 특히 용인해바라기의료복지사업협동조합(이사장 오영희)과는 초창기 도움을 받은 인연으로 지금도 장애인 및 노인건강 분야에서 사업을 연대하며 함께 나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용인도우누리가 있는 건물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공간 한편에 편안해 보이는 아치형 문이 있는 방이 있다. 이곳이 마을 공동체사업 용도의 공간으로 허락된 곳이고 시설 이용자가 아니어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
공동이익ㆍ사회적 가치 실현
서 이사장은 대학에서 사회복지학를 전공하고 관련 분야에서 일하면서 생산적 복지와 사회적 경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양극화 해소와 일자리 창출 등 공동의 이익과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사회적 경제 조직과 활동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졌고 그것이 용인도우누리에서 일을 시작한 배경이 됐다. 또한 사람간 소통의 중요성을 깨닫고 사람에 대한 이해를 심화하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해 가족상담학을 전공한 그녀는 자신이 어떤 일이든 의미있는 일을 사람들을 위해 하면 좋겠다고 결심했다. 이후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찾아 작은 희망을 드리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 자체로 만족감을 느꼈다. 인터뷰 내내 서계현 이사장은‘소소한 행복’을 계속 강조했다. 서로 존중하며 정직하고 투명하게 일을 하다보면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점점 많아질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본다.
김정현 기자 v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