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고양시 행사문화 이젠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요? / 강현석 전 고양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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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고양시 행사문화 이젠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요? / 강현석 전 고양시장
  • 강현석 전 고양시장
  • 승인 2017.10.18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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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석 전 고양시장

지난해 6·25참전 유공자회 행사에 갔었다. 고양시청 직원이 사회를 봤다.

약 한 시간 가량 진행된 행사가 끝나자 백발이 성성한 몇 몇 회원들이 뭐라고 소리를 치며 강하게 항의를 했다.

잘 들리지 않아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지만, “다음부터는 구청에서 행사 하지마라”는 소리는 알아들을 수 있었다.

뭔가 진행이 못마땅했던 것 같았다.

소위 내빈으로 당시 지역구 국회의원 두 사람과 전직 국회의원 두 사람을 포함한 정당인 세 명, 시의원 두 명이 참석을 하고 담당 국장이 최성 고양시장을 대신해 참석해 맨 상석(上席)에 앉아 있었다.

그런데 국회의원 두 사람만 축사를 하게 하고, 다른 내빈들은 당시 선거를 핑계대면서 축사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최성 고양시장을 대신한 국장이 시장의 축사를 대신 읽었다.

전직 국회의원이 아닌 정당인은 아예 소개조차 하지 않았다. 아마 그러한 것을 두고 그 분들이 그랬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행사가 끝나자 사회를 본 직원과 과장이 필자에게 “축사 말씀할 시간을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굳이 사과까지 했다.

당시 선거철이기 때문에 그랬다나 어쨌다나 했다.

전임 고양시장에게 인사 말씀할 시간을 주지 못한 것이 마음에 많이 걸린 것 같았다.

필자야 무슨 말 할까? 고민할 필요도 없고, 인사말 하지 않는 게 오히려 편하고 좋았는데도 말이다.

외부 단체 행사에 공무원이 사회를 보면서 축사할 사람이나 참석자 소개 순서까지 결정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이고 합당한 일일까? 하는 생각을 했다.

행사 진행은 그 행사를 주관하는 단체가 맡는 게 옳다.

설령 행사 진행을 맡을 사람이 없어 시(市) 직원이 어쩔 수 없이 사회를 맡는다고 하더라도 진행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은 주관단체가 결정하도록 맡겨두는 게 옳다고 본다.

행사에 참석할 때마다 느끼는 것인데, 행사에서 소개를 그렇게 거창하게 해야 할까?

그렇게 여러 사람을 소개하는데 소개조차 받지 못하는 사람은 난 뭔가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소개 순서에 불만을 가지는 사람도 많을 것 같다. 통상 소개하는데 10분은 보통이다.

어느 행사나 정치인이 제일 어른으로 맨 먼저 소개를 받는다. 시장, 시의회 의장에 이어 국회의원, 정당 위원장, 도의원, 시의원 뭐 늘 그런 순서이다.

이들을 소개할 때는 뭔 수식어를 그렇게까지 동원하는지 듣는 사람이 낯이 뜨거울 정도다.

특히 시장(市長)에 대한 소개를 할 때는 더 심하다.

고양시장을 대신해 참석한 국장이 제일 먼저 소개를 받고, 국회의원을 대신해 참석한 보좌관이나 비서관까지 국회의원 반열에서 소개받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정치인이 왜 이렇게 까지 우대받아야 하나 하는 생각까지 든다.

이렇게 정치인을 대접하다 보니 이들 정치인들은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혹 순서에서 빠지거나 좀 뒤로 밀리기라도 하면 삐지고 그냥 난리가 난다.

국회의원이나 정치인들 중에는 인사말 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고 불쾌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하고, 심지어는 주최 측에 소리까지 지르는 사람까지 있다.

행사를 축하하러 온 건지, 자기 이름을 내려고 온 건지 원…

행사는 그 행사를 주관하는 단체에 모든 것을 맡기고, 그 단체 성격에 맞는 분들 위주로 진행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문화행사에서는 문화인을 우선하고, 노인 행사에는 연세 드신 어르신을 먼저 모시고, 장애인 단체에서는 장애인을 주인공으로 해야 한다.

이 날도 최성 고양시장을 대신해 담당 국장이 시장의 축사를 대독하는데,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시장의 축사지만 그 축사를 시장이 썼을리도 없고, 시장이 감수조차 하지 않았을테니까 말이다.

시장이 알지도 못하는 내용을 시장 이름으로 말하는 자체가 말이 되지 않고, 시장이 알지 못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중요한 내용이 들어있지도 않았을, 들으나 마나한 축사를 꼭 아까운 시간 없애가며 들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권위주의 시대가 아니다. 그런 권위적인 행태는 이제 버려야 할 때가 아닐까?

고양시 행사에서 내빈 소개를 생략하는 것은 어떨까?

시간 절약도 되고 참석하신 분들 마음도 상하지 않고 두루두루 좋지 않을까?

필자는 과거 일산포럼을 개최할 때 참석자를 소개하는 시간을 아예 갖지 않았다.

모두가 귀하신 분이고, 어느 한 분 소중하지 않은 분이 없기 때문에 별도로 소개할 시간을 갖지 않는다고 사전 양해를 구했다.

이런 때 기분 나빠하는 분은 없었다. 그 분들이 표현을 하지 않아서일까?

축사도 정치인은 다 빼고 그 행사와 관련 있는 분들의 말씀만 듣는 것은 어떨까?

정치인이 뭐 그렇게 훌륭한 분이라고 행사마다 지루하게, 듣는 사람도 별로 없는 자기 자랑이나 늘어놓는 인사말을 힘들게 들어야 할까?

심지어는 국회의원을 대신해 보좌관이나 비서관이 인사말이나 축사를 할 때는 이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필자만 일까?

인사말을 시키는 주최 측이나 시킨다고 하는 보좌진이나… 

국회의원을 대신해 참석한 국회의원의 보좌진 중에는 인사말을 시키지 않으면 화를 내기까지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인사말을 시킨다고까지 했다.

필자 말이 믿어지지 않는다고?  필자가 직접 들은 이야기이다.

국회의원들 국회에서 일할 시간에 단 몇 분간의 인사말을 위해 국회까지 빠져가며 행사장에 오는 때도 많다.

심지어는 시간이 없다고 행사 진행순서까지 바꾸어 가면서 인사말을 서둘러 끝내고 자기 할 일은 다 끝났다는 듯이 휙 행사장을 떠나는 것을 당연시하는 정치인들도 많다.

그 바쁘다는 것이 그 시간과 겹치는 다른 행사장에 또 가야하는 것 때문이다.

이제 고양시 행사문화를 바꿀 때가 되지 않았을까?

오랜만에 행사장에 갔다가 느낀 바였다.

[외부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강현석 전 고양시장 8220kn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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