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향기 흩날리는 아름다운 사찰, 마음이 닿는 그곳
CULTURE / 한국불교문화사업단 사무국장, 석남사 덕운 주지스님 "마음을 겸손하게 지니고 스스로를 낮추자(下心)"
[KNS뉴스통신=박동웅 기자] 현대인들의 대부분은 일상생활에 얽매여 세속적인 가치만을 좇으며 살기 바쁘다. 그러나 자신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고난과 힘겨움이 찾아왔을 때, 그제야 비로소 높은 곳을 바라본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팬더믹, 경제침체 등을 겪으며 모두가 어려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불교의 가르침이 힘을 얻는 시기로서, 불교인의 덕목이 더욱 요구되고 있다. 본지에서는 봄바람이 제법 따스한 날, 도심에서 잠시 벗어나 안성 8경의 하나인 아름다운 전통사찰 서운산 석남사(덕운 주지스님)를 찾았다.
제법 포근한 바람이 입가에서 맴도는 석남사는 수도권에서는 보기 드문 비경을 갖추고 있었다. 마치 자애로운 부처님의 모습인 듯 보이는 주변을 바라보니 답답한 세상을 사느라 덩달아 답답해진 가슴, 멍에처럼 짊어지고 있는 일상의 번뇌에서 숨통을 트이게 하는 상쾌함을 느낄 수 있었다. 발을 내디딜 때마다 숨소리조차 조심스러운 맑은 사찰 속의 대자연이 고요하고 깊어 마치 부처님에게 진실한 마음으로 다가서는 불자들의 마음처럼 겸허했고, 들려오는 새소리, 바람소리도 모두 부처님의 설법 같았다.
덕운 주지스님은 “종교를 떠나 고즈넉한 산사를 찾는 것은 진실로 자신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고, 부처님 곁에 잠시나마 앉아서 선한 마음으로 자기 성찰과 함께 편안한 마음을 간직하고 돌아가고자 하는 마음이 아니겠느냐”면서, “사찰에 와서 아름다운 자연을 바라보며 가만히 앉아 힐링을 하는 것도 어떤 면에서는 불교가 사회를 위해 도울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실제 사찰에 들어서면 작은 미물이나 돌멩이 하나하나도 숭고한 정신의 세계로 흘러들게 한다. 이러한 마음이 들듯이, 불교의 역할 중에 하나가 마음을 주제로 수행하고 수행을 통해 자기변화 깨달음 세계로 들어가면, 선한 마음이 생성되고 그것이 불교의 역할일 수 있다. 그래서 스님의 설법대로 사찰은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현대인의 마음을 어루만져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의 사무국장이기도한 덕운 주지스님은 “현재 140여 사찰에서 진행 중인 템플스테이는 ‘참 나를 찾아 떠나는 명상과 쉼’을 통해 자신이 바로 ‘우주의 중요한 주인공’이라는 것을 알게 하며, 지친 몸과 마음을 재충전 할 수 있는 시공”이라고 설명하며, “한국불교문화재단에는 기본적인 여러 프로그램이 있지만 요즘은 아름다운 자연 속에 머물면서 편안한 마음으로 쉬고 산책하면서 힐링하고, 심신의 피로를 말끔히 씻을 수 있는 ‘휴식형’ 프로그램을 많이 찾는다”면서, “물질적 풍요와 함께 더불어 정신문화에도 조화가 이루어져야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가르침을 전했다.
수많은 선승이 머물러 수행했던 천년고찰
경기도 안성시 금광면 소재 서운산 자락에 위치한 석남사는 안성의 대표적 전통사찰의 하나로 얼마 전 방영됐던 드라마 ‘도깨비’의 촬영지로도 유명한 사찰이다. 석남사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묘사한 방영이후, 신비함이 깃든 돌계단에 오르기 위해 전국에서 남녀노소는 물론 외국인들도 많이 찾고 있다.
한편 대한불교조계종 제2교구 본사인 용주사의 말사 석남사는 천년이 넘는 동안 수많은 선승이 머물렀던 수행도량으로, 신라 문무왕 20년에 고승 담화선사가 창건했으며 이후 고려시대 광종의 왕사였던 혜거국사가 크게 중창했다고 알려졌다.
현존하는 당우로는 대웅전, 영산전, 중심당, 금광루, 동요사, 도중당 등이 있으며, 주요 문화재는 석남사 영산전(보물 제823호), 석남사 대웅전(경기유형문화재 제108호), 석남사 마애여래입상(경기유형문화재 제109호), 석남사 오층석탑(안성시 향토유적 제11호), 석남사 부도 2기(안성시 향토유적 제28호) 등의 보물과 유적이 천년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안고 있다. 특히 영산전은 조선 초기 건물의 특징 양식을 잘 지니고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덕운 주지스님은 “사람들이 절을 찾는 것도 마음을 비우고 내려놓고 싶어서”라며, “크게 보면 불교는 불성(佛性)을 깨달아 부처가 되게 하려는데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가파른 산에 오를 때는 힘들게 올라가지만 하산할 때에는 좀 더 쉽게 내려올 수 있다. 또 어느 누구도 자신을 대신해서 정상에 데려다 줄 수는 없듯이, 스스로 깨달아야 진정 부처가 될 수 있는 길”이라고 설파했다. 이어 “신도들에게도 말씀 드리지만 10년 선한 일을 행하는 것보다 절에 와서 반나절 쉬어가는 것이 공덕이 더 크다”며 자주 절을 찾으라고 말했다. 또한 “하심(下心)의 마음으로 매사 참다운 인연을 만들어 복을 짓고, 어려운 이웃을 도와 봉사하며 선하게 살아가면 원하는 모든 것이 저절로 이루어진다”고 가르침을 전했다.
덧붙여 “서로 잘났다고만 하면 사회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우리 사회가 정이 넘치고 갈등이 없는 사회로 전환하려면, 배려하는 마음으로 이해하고 용서하고 화해할 수 있어야 한다”며, “마치 할아버지가 귀여운 손자를 보는 것 같이 자비심을 갖고 베풀고, 특히 모든 것을 ‘나의 탓’이라는 책임의식을 감수하는 인내가 이어져야 가족들은 물론 이웃과 사회의 행복한 화합을 이룰 수 있다.”고 설파했다.
그러므로 “사찰을 찾아 원을 발할 때는 반드시 ‘나를 올바로 돌아보고 올바로 살피겠다는 원을 세우고, 또 남들과 더불어 살겠다는 자리이타(自利利他)의 원을 세우자. 즉, 나를 살피면서 남을 이롭게 해주겠다는 보살의 원 속에서 살아가는 불자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참된 불자가 되어 참된 향상의 길로 나아가고 참된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전했다. 다시 말하면, 불교수행에서 자리이타(自利利他)는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꼽힌다. 나의 행복으로 다른 사람이 행복해지고 다른 사람의 행복으로 내가 행복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한편 덕운 주지스님은 복지의 사각에서 고통 받는 대중에게 자비실천의 참뜻을 전하며 인과(因果)로서의 불교를 이해하도록 하는 수행의 삶을 실천해 주목받고 있다. 지난 3월 10일에도 사회복지를 위해 안성시에 1천만 원을 기탁했다. “1700년의 전통을 지니고 있는 우리의 사찰에서는 예부터 마을에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의사나 변호사 역할을 하며 마을문제를 해결해왔고, 어려운 사람들을 음양으로 많이 도와주었다. 우리는 그것을 전통이자 소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는 덕운 스님은 “석남사에서도 나름대로 소외계층을 위한 이웃사랑 실천을 하고 있지만, 장학금 같은 경우는 저희가 직접 선발하는 것보다 시에서 잘 파악해서 고정적으로 지원하면 더욱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매년 기부하고 있다”고 참뜻을 전했다.
또한 문화포교도량으로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는 스님은 “승가의 삶이라는 게 빈손으로 태어나 빈손으로 출가하고 돌아갈 때도 빈손으로 돌아가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순리로서, 어려운 사람을 조용히 도와주는 것은 불교인이 가져야 하는 덕목”이라고 설파했다.
한편, 덕운 주지 스님은 무문 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1994년 사미계를 수계하고, 치문·사집은 해인사 승가대학, 사교·대교는 직지사 승가대학에서 마쳤으며, 중앙승가대학교 사회복지학과를 졸업, 불교학을 전공으로 석·박사학위 및 동국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또한 마곡사 태화선원, 직지사 천불선원, 용주사 중앙선원 등 전국제방에서 12안거를 성만하였으며, 총무원 사회국장, 상임감찰을 역임하고, 현재 한국불교문화사업단 사무국장 및 안성 석남사 주지와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회 종회의원을 맡고 있다.
한국전통불교문화관광콘텐츠로 주목, 사찰체험만 무려 6백만 명
도시 생활에서 지친 사람들은 자연속의 맑은 공기와 깨끗한 숲속에서의 참선과 기도로 마음을 안정시키고 잠시나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템플스테이 참여를 한번쯤은 꿈꾸고 있다. 도시에서 잠시 벗어나 아름다운 사찰을 찾아 안정감을 얻는 것은, 정신의 오염을 씻어 내리고 어두운 마음을 밝히기 위해 관문을 두드려보고자 함일 것이다. 이러한 요구에 발맞춰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지속적으로 운영해온 템플스테이는 지난 20년 동안 무려 600만 명이 넘는 내외국인이 참여해 우리나라만의 특색 있는 전통불교문화관광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 사무국장으로서 덕운 스님은 고통 받고 있는 현대인들의 상처를 감싸 보듬고 치유하며, 한국불교의 전통을 널리 전하는데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통불교의 역할을 알리고 있는 템플스테이는 전통불교문화의 원형이 잘 보존된 사찰에서 수행자의 일상과 삶을 경험하는 사찰문화체험으로서, 편안하게 일상을 즐기는 ‘휴식형’, 한국 전통문화와 불교문화를 경험해보는 ‘체험형’, 명상과 참선을 중심으로 한 ‘수행형’ 등이 있으며, 내·외국인뿐 아니라 어린이, 청소년 영어템플스테이로도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초창기 때는 체험형식 및 수행형식을 선호했는데 지금은 공양시간 및 예불시간 외에는 휴식차원으로 많이 참여하고 있다”며, 특히 “템플스테이는 외국인들도 60만 명이나 체험을 했는데 다른 관광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신선한 체험’이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따라서 “외국인에게는 유서 깊은 전통불교체험으로 오랫동안 잔잔하게 가슴에 남고, 또 20~30대 젊은 여성들에게 가장 안전한 곳으로서 예불소리를 들으며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저절로 힐링이 되어 금전으로는 살 수 없는 큰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처음엔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이렇게 중요한지 몰랐는데 사회적으로 기여하는 바도 크다”고 말하며, “사찰체험하면서 심신안정을 취하고 또 긍정적인 에너지, 좋은 에너지를 받고 쉬면서 충전하면 밖으로 나가서도 좋은 방향으로 이어진다”고 그 의미를 전했다.
덕운 스님은 “앞으로도 템플스테이 20년을 발판삼아 우리나라의 소중한 문화유산이자 아름다운 전통불교문화를 널리 알리고 개개인의 삶이 더욱 행복해질 수 있도록 올해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계발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편,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의 올해 다섯 가지 주요 사업방향으로는 참가자 유치 회복을 위한 홍보마케팅 적극 시행, 명상·치유·테마 프로그램 개발 기틀을 마련, 시대의 아픔을 함께하는 사회공익 템플스테이의 지속적인 운영, 불교문화사업 협력확대, 사찰음식 발전을 위한 기반마련 등이다.
2023년 1월 현재, 템플스테이 운영사찰은 140곳이 정식으로 지정 사찰로 됐으며, 예비지정 사찰 10곳 등 모두 총 150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또한 외국인 전문사찰은 27곳에서 운영되며, 사찰음식 특화사찰은 전국 15곳의 사찰이다.
인터뷰 내내 덕운 스님의 선담(禪談)이 쏟아졌다. “코로나로 어려운 시기가 지나가고 있지만 회원사나 불자들 모두 빠른 경제적 회복과 심신 모든 것이 코로나 이전처럼 잘 회복되시고 모두 행복하시기를 바란다”고 전하는 인사를 끝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을 낮추고, 세상 사람들이 주어진 여건을 이해하고 진정으로 이해하고 배려해줄 수 있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삶이 깊어질 수 있다.” 또한 “불교에서는 깨달음 이전에 먼저 부처님 말씀대로 마음을 낮추고 선하게 살아가는 일 그 자체로서, 불자님들도 질 높은 삶을 살아가며 행복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설파했다.
스님의 설법을 들으며 주변을 바라보니 떠도는 흰 구름까지도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서운산의 비경과 법당에서 피어오르는 은은한 향기, 그리고 바람 따라 퍼지는 풍경에 심신이 저절로 평온해지는 시간이었다. 불교의 가르침 중에도 착하게 살면 반드시 좋은 일과 즐거운 일이 있다는 선인낙과(善因樂果)요, 악행죄업을 짓고 나쁘게 살면 반드시 고통스러운 일이 따라온다는 의인고과(惡因苦果)라고 했다. 한국의 전통불교문화를 알리는데도 주저하지 않는 덕운 주지스님을 필두로 불교가 희망이 되어 어둠을 밝히고, 보다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