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호의 여행 칼럼] 강원도 정선군 사북읍 ‘뿌리관 답사
[KNS뉴스통신=박세호 기자] 강원도 정선군에 있는 ‘뿌리관’은 이름이 좀 독특하다는 느낌을 갖게한다. #뿌리관은 한 때 전국에 이름을 날렸던 #사북탄광의 자취들이 보존된 귀한 전시관이다. 산업화와 에너지원으로서의 석탄 채굴과 노동운동, 그리고 #강원랜드의 설립과 최근 지역사회 발전에까지 이르는 현대사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들을 시청각 자료로 모아놓았다.
동시에 지상과 지하에서 생업을 일구던 수많은 탄광 노동자들, 경영자들과 광부 대표단, 그리고 투쟁의 선두에 섰던 광산촌 주민들의 자랑스런 역사가 배어있는 기념관이기도 하다.
강원도 #정선군하면 자연미와 전통문화의 멋과 맛이 뛰어난 곳이지만, 동시에 탄광촌의 역사와 더불어 강원랜드와 리조트 그리고 콘도미니엄과 컨트리클럽과 야영장과 둘레길 등 없는 것이 없는 강원도의 빼어난 명소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폐광촌이 되었지만, 폐허가 아니라 내국인의 출입이 가능한 유일한 카지노가 최초로 설립되게 하는 등 미래지향적 산업으로 탈바꿈되었던 것이다.
전시관 안에는 도표와 자료와 실물대 인형과 당시 생활상을 재현해 놓았다. 채탄 설비를 운용하는 사람도 보이고, 석탄 광물을 해머로 부수는 장면도 실감 있게 배치해 놓았다. 광부들이 허기를 매우고 대포 한 잔을 돌리던 선술집의 모양을 당시의 복장과 분위기 그대로 재현해놓았는데, 사람이 바로 옆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동시에 내가 탄광부가 된 것 같은 그런 체험의 대리만족도 얻고, 그 당시 시절로 돌아가 추억의 시간도 가져본다.
과거 근로자복지회관과 결혼식장 등 용도와 노조사무실 등으로 쓰인 실제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기념 광장으로 조성된 뒤편에는 석탄산업전사 기념비, 사북사건 항쟁 석비 등 여러 개의 기념비와 조형물이 세워져있다. 그 앞으로 둥근 원의 잔디밭과 널찍한 장방형 공간으로 광장이 꾸며져 그동안 주민들이 일궈온 단합과 항쟁의 의미를 되새기는 동시에, 연례적으로 개최되는 각종 행사의 장소로도 제공되고 있다.
뿌리관은 강원도, 충청도, 서울 그리고 수도권 등에서 접근성이 좋다. 승용차나 관광버스나 기차편이나 편리하기는 다 마찬가지이다. 기차역에서 몇 분을 걸으면 뿌리관 입구가 보인다. 당시의 신문 스크랩이나 사건 현장 사진들, 그리고 도표와 설명서와 안내문 등을 읽어보면 한국현대사의 한 단면을 실감 있게 포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1960년대 경제개발과 함께 에너지원으로서의 석탄이 각광을 받았다. 기름 한 방울 안 나오는 나라에서, 석탄 산업은 급성장했다. 광산촌에 돈과 사람이 넘처흘렀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경기가 하락했다. 1980년, 에너지 정책 변화에 따라 탄광촌에선 작업량을 줄이고 인원을 감축했다. 광부들에게는 가족부양과 생존의 문제였다. 인력 퇴출에 반대해 1980년 사북탄광 사태가 일어났다. 노동쟁의가 경찰병력과 대치하면서, 치안 당국 차량이 전복되고 인명의 손상도 있었으나, 민관 양측이 협상 끝에 타협점을 찾았다. 사태 수습 후, 당국자들은 광부들과 가족과 부녀자들까지 잡아가 탄압을 가했다.
그로부터 탄광이 쇠퇴하고 광부들이 밀려나면서 지역을 살리려는 다양한 자구책이 모색되었다. 1995년의 3.3.투쟁은 사북 항쟁의 정신을 계숭하면서, 동시에 지역의 생존권 차원에서 먹거리와 소득을 보장받기 위한 대규모 주민운동이었다. 그 결과 폐광지역개발지원에관한 특별법 제정(1995년)이 되었고 강원랜드가 탄생했다. 민간인 출입이 허용된 카지노와 리조트와 컨트리클럽 등이 성업을 하였고, 그 외에도 다양한 업종으로 상업활동이 증가하고 있다. 그 성과가 오늘날 이 지역의 발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지원책과 사회적 합의 그리고 민간인들의 오랜 노력이 결실을 거두어 성공사례가 된 것이다.
전시관에서 나와 아랫마을 맛집과 카페, 게스트하우스, 원룸 그리고 상점가가 자리를 잡은 골목길 안으로 접어들었다. 탄광에서 지하 막장으로 통하는 관문이자, 탄광촌의 중심이었던 수직타워의 위치 고도인 해발 650m에서 이름을 따온 탄광문화촌이다. 이름하여 정선 사북 650거리라고 부르며, 아직도 광산촌 당시의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사북읍 사북리 405번지 일대의 탄광문화촌으로 조성한 도시재생지역인데, 먹거리가 다양하고 큼직큼직한 그룻에 맞게 음식 양도 풍성풍성했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읍내 사북시장과 맛집과 주점, 문화적 활동을 전개하는 청년들의 방, 종교시설, 미술관, 하이원리조트, 옛 철길 등 다양한 볼거리, 먹을 거리, 놀 거리를 찾아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가장 뚜렷한 현상은 트래킹 코스로 오르는 순례객들의 수가 날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강원도하면 지대가 높아 어디서나 경치가 좋고, 산과 들에서 나는 청정식품 재료들이 입맛을 돋운다. 사북읍이 소속된 정선군 역시 관광객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장점과 시설을 갖추고 내일의 비전을 모색하고 있다. 주민들의 창조성과 자생능력이 탁월하여 려러 부문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둘레길과 전망대와 광산 체험시설과 유적지 그리고 고산식물 지대와 생태환경 견학 등 코스들이 더욱 정비될 예정이다. 우리가 답사한 사북탄광 주변 상행 트래킹 코스도 자연환경의 보호, 정비작업과 독창적인 돌무덤 개축작업 등 오랜 기간 정성을 들여왔다. . 이 길은 운탄고도 1330길의 일부를 형성한다. 운탄고도는 '구름이 펼쳐져 있는 높은 길'이라는 뜻인데, 과거 석탄을 나르던 길이었다. 강원도의 고산지대에서 채굴된 석탄을 나르면서, 평탄한 길을 닦아 기차역들로 이어져 지금과 같은 숲길 명소가 되었다. 영월 청령포에서 시작해 정선과 태백을 지나 삼척까지 이어지는 길은 총 9개의 테마 길로 나뉜다. 평균 고도 546m, 총길이 173.2km로 국내 유일하게 해발 1,100m 이상의 고지와 능선으로 이어진다. 그중 최고 높이가 1.330인 것이다. 이러한 하늘 길이 호화롭게 펼쳐지면, 또 하나의 '산티아고 자연순례의 길' 이라고 평가받을지도 모른다.
길목마다 지형구조를ㄹ 설명하는 표지판과 지도, 안내 화살표 등이 잘 갖춰져있어서 산 속에서도 안심하고 걸어다닐 수 있었다 (더 많은 구간을 우리는 안내 차량에 탑승한 채로 답사를 했다.). 진입구(1177 갱)에는 광부 옷을 입고 실물을 뻬닮은 광부의 모습이 보인다. 자세히 보면 실제 사람은 아닌데, 잘 만들어 놓았다. 손을 들고 무슨 신호를 하는 것도 같고 환영해 주는 듯 보이기도 한다. 진입구 안으로 레일 철길이 보인다. 그 아래로 작은 연못이 높은 산 정기를 먹고 청초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연못 위로 물안개가 잔잔하게 깔렸다가 사라졌다. 그 뒤 언덕 위 평지에 운락초등학교 옛터라는 기념탑이 서있었다. 동창생들이 모여 이 표지석을 세울 때의 그 애틋한 심정을 헤아려본다.
채탄과정은 모든 작업이 기계와 운반시설로 이뤄지는 만큼 엔지니어들의 활약도 눈부셨다. 큰 설비도 중요하지만 나사 하나 빠지고, 철사 끊어지는 것 하나도 모두 다 생명과 연관되는 일이다. 공작실의 옛 모습이 그대로 남아서 이채로웠다. 오히려 좀 더 갈고 닦아서, 시내 어디 한 복판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여전히 질서정연하게 공구들을 걸어놓았다. 이 지역은 출퇴근 버스들이 광부들을 태우고 내려주던 추억의 장소였다.
정선군 전체는 말할 것도 없고, 사북읍과 그 주변 일대만 하더라도 활동반경이 넓기 때문에 여행객이나 둘레길 등반객들은 일정관리를 잘 할 필요가 있다. 길이 평탄하게 잘 꾸며져서 그렇지, 실제로는 고도가 높은 지역이며 눈비가 몰아칠 때 통행이 금지되는 구역도 설정된다. 지역 전문가나 안내원, 혹은 해설사 등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또 앞으로 확장될 등산로와 트래킹코스의 정비 등 새로운 변화에 대한 정보도 꼭 필요하다. .
우리 취재진은 다시 정선역으로 돌아왔다. 사북역 출입구를 겸한 좁은 통로를 지나 플랫폼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차량편과 안내를 맡고, 주민들의 소탈한 인정을 만나게 해주신 지역활동가 윤여흥 이사장 (협동조합 고토)의 취재협조에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