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 한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대목수, 소통건설 정진영 대표
Culture / ㈜소통건설 정진영 대표 "이윤이 덜해도 장인정신을 고집합니다"
[KNS뉴스통신=오성환 기자] 문화재 대목수가 세운 한옥시공 전문 건설법인 ㈜소통건설을 세운 정진영 대표는 문화재 수리 기능자역을 가진 도편수다. 그가 처음부터 이 일을 했던 것은 아니었다. 외국계 기업에 입사하여 소위 말하는 성공가도를 달리다 반복되는 샐러리맨 생활이 적성에 맞지 않아 귀촌하면서 목수의 삶이 시작되었다. 지금처럼 귀농귀촌이 유행하던 시절이 아니었다는 걸 고려하면 큰 도전이었다. 그는 한옥건축을 하면 할수록 이 일이 천직임을 느낀다고 한다. 화려한 직장생활에서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라고나 할까? 그에게 있어 직장은 출세해서 돈 벌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한옥은 짓는 그 자체가 즐거움이다.
“작품을 만든다는 보람과 성취감은 돈으로도 살 수 없을 만큼 귀합니다.”
목수로서 새 출발을 하다
이 일을 시작할 당시만 해도 목수가 한옥을 짓는 일이 일반적인 추세는 아니었다. 당시 목수가 주로 하는 일은 문화재 보수였다. 실제로 지방에는 유명한 문화재도 있지만, 실상 사람들이 잘 모르는 문화재도 많다. 보수를 통해 그 문화적 가치가 상승되기도 한다. 일례로 경포대 같은 문화재는 보수 후 보물로 지정되었다. 사찰 또한 도편수의 주요 건축대상이기도 하다.
귀농 후 주변에 한옥을 만드는 현장이 있어 자연스럽게 인연이 닿았고 그 일을 주업으로 삼게 되었다. 무엇보다 지금은 일반주택을 한옥방식으로 선택하는 사람이 많이 늘었다. 시골에서 한옥을 짓는 사람도 있지만, 도심에서라도 그 정취를 느끼고 싶어 한옥을 짓는 사람도 보게된다. 전통의 멋과 편안함을 추구하는 트렌드에 따라 한옥에 대한 수요가 늘기 시작했고 정 대표 또한 한옥을 짓는 대목수의 삶을 본격적으로 살기 시작했다.
한옥은 매력적인 집이다
한옥은 외관상 매력적이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한옥의 주된 소재는 소나무다. 강원도 지역에 소나무가 많아서 대부분 국산 소나무를 사용하고, 보조로 낙엽송을 사용한다. 사실 낙엽송은 우리나라의 전통 나무가 아니다. 일제강점기에 들어온 품종으로,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많이 심어 활용했다.
그만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건축자재다. 나무를 잘 구별할 줄 모르는 사람들은 낙엽송과 소나무를 혼동하기도 하는데, 실제로 우리가 볼 수 있는 소나무의 절반 정도는 낙엽송이다.
이처럼 한반도에 자생한 소나무나 낙엽송을 주요 자재로 활용해 한옥을 짓는다. 한편 한옥은 못을 쓰지 않고 나무를 짜 맞추는 것이 특징이다. 짜 맞춘 나무는 흔들림에 유연성을 보여 지진에 매우 강하다. 이제 일본에 이어 우리나라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닌 만큼, 한옥의 강점으로 주목할 부분이다.
비교해서 설명하자면, 콘크리트로 지은 양옥은 강하고 튼튼한 반면, 짜 맞춘 나무는 강한 충격에 흔들린다. 바로 그런 유연성이 강함의 비결이다. 흔들리는 갈대가 꺾이지 않는 것처럼, 유연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오히려 안전한 것이다.
강하고 높은 양옥 건물은 지진의 충격을 그대로 흡수할 수밖에 없지만, 한옥은 그 충격을 흘려보낸다. 정진영 대표는 한옥을 연구할수록 우리 조상들의 지혜에 감탄하게 된다고 했다.
전통과 기술을 융합하다
한옥에는 분명한 장점이 있는 만큼 단점도 있다. 그런 요인은 사람들이 한옥을 기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한옥은 단열이 잘 안 되고, 처마가 넓어서 햇볕도 잘 들지 않는다. 구조상의 불편함도 있다. 전통 한옥은 그런 불편함까지 보존하려 하는데, 정진영 대표는 전통과 현대적 기술의 융합을 시도한다. 불편함을 없애 더 많은 사람이 한옥을 찾도록 만들려는 것이다.
“목수로서 인간문화재가 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전통만 고수하지 않기 위해 포기했습니다. 물론 전통은 그 자체로 중요합니다.”
참고로 현재 세 분의 인간문화재가 생존하고 그분들 덕분에 전통이 유지되고 있다고 한다. 이들과는 달리 정진영 대표는 전통을 고수하기보다는 전통과 현대적인 편의성을 접목해 현대인들이 한옥문화에 친숙하게 다가오는 저변확대의 방향을 선택한 것이다.
현실적인 문제들에 직면하면서
장인정신으로 일하다 보니 경영상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도 있다. 아무리 보람이 있어도, 결국 수익이 남아야 일을 계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속하게 중간 공정을 처리하고 넘어가야 손해를 안 보는데, 100년을 내다보고 튼튼하게 지으려면 천천히 가야 한다. 기계적으로 찍어 내는 양옥이라면 당연히 돈을 생각하겠지만, 한옥을 건축하는 이들은 대부분 장인정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때로는 손해도 감수한다.
다행히 그런 결과물들을 알아주는 고객이 늘어나고 있다. 한옥에 대한 꾸준한 수요로 인해 정 대표는 지난 몇 년간 쉼없이 시공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10명 정도가 한 팀으로 돌아가는데, 지금도 두 팀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분이 많기 때문이다. 한옥은 기본적으로 일생동안 유지되는 만큼, 몇 십 년만 지나도 재개발 이야기가 나오는 아파트 건축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마인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세계에 한옥의 아름다움을 전하다
정진영 대표는 현재 전북대와 함께 세계 각국에 한옥을 보급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알제리, 베트남, 라스베이거스, 모스크바 등 각 지역에 한류의 아름다움과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만큼 비전이 있지만 한계점도 여전히 많다. 양옥보다 비용이 많이 발생하는 만큼 문턱이 높다는 부분이다.
그렇다고 부자가 양옥을 짓는 것은 아니다. 비록 돈이 없어도 한옥을 좋아하는 분들이 찾는다. 그런 면에서 우리 고유의 전통을 살리는 차원에서 정책상 재정적 지원이 있으면 좋을 것이다. 또한 한옥은 특수성이 있는 만큼, 일반주택에 적용되는 건축법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보다, 한옥만의 특별법안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들려준다.
한옥에 대한 남다른 사명감과 자긍심을 가진 정 대표는 전북대 한옥전공 겸임교수, 문화재돌봄사업단 기술자문위원,국토부NCS 한옥표준 개발위원 등을 역임하며 우리의 한옥문화 발전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한옥문화 저변확대를 위한 길을 선택한데 결코 후회는 없어요.”
한옥을 향한 ㈜소통건설 정진영 대표의 우공이산(愚公移山)의 뜨거운 열정은 앞으로 보다 많은 사람에게 한류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의미있는 일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