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이야기, 안톤체홉의 청혼
[KNS뉴스통신=김용주 기자] 인류의 역사는 1만년이 되었지만, 인간은 100년을 살지 못한다. 세상은 하루하루가 다르게 초고속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인간이 바뀌는 속도는 그렇지 못하다. 러닝머신 위를 달리는 것처럼 계속 그 자리에 머물고 있다.
이 작품은 러시아의 극작가 안톤체홉이 1888년에 희곡을 쓰고, 1889년 러시아 샹트페테르부르에서 첫 공연이 된 작품이다. 당시 시대적 배경은 러시아의 농노해방된 이후의 시대이다. 안톤체홉의 할아버지는 농노였으며, 돈을 벌어 신분으로 해방되었다고 한다.
이 작품은 단순히 언듯보면 코믹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인간의 탐욕과 인간이 가지고 있는 사리 분별, 이기심 등이 복합적으로 깔렸고, 우리 사회에 만연하는 갑과 을 관계, 신분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시간을 초월해 우리 주위 일상에서 흔히 일어나는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129년이라는 시간의 개입이 있음에도 지금의 이야기같이 느껴지는 것에 대해선 안톤체홉이라는 작가의 대단함을 알 수가 있다. TV CF의 광고처럼, 물고 뜯고 씹고 하는 재미는 아직 여전하다. 아직 공연되어 지는 이것이 바로 명작의 묘미가 아닌가 싶다.
먼저 배경이 된 사회적인 분위기부터 이야기 해보자, 이 작품은 러시아 농노제도 해방 이후에 러시아에서 겪게 되는 이야기인데, 지금의 우리나라 현재 모습과 비슷하다.
지금 대한민국은 관례로 이어 저 오던 과거의 묵인 되어 오던 가치관들이 붕괴되는 시대이다. 권력형 갑질이라는 신종단어가 탄생하고, 그동안 기업 오너의 갑질, 권력형 비리, 고객 갑질 그동안 당연시해오던 모든 것에 대한 폭력과 폭압 등이 세상에 알려져 수많은 지탄과 법의 처벌,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약자들의 강자들에 의한 억압들에 대해 정당한 대우를 요구하는 해방을 요구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현재 시대적인 상황이 변화의 진행 중이라 뭐라 규명 할 순 없지만, 129년이 지난 러시아와 한국, 시공간을 초월한 상황이지만 비슷하다고도 볼 수 있다,
극에 나오는 35살의 지주 아들 우철(로모프)은 과거 농노였던 나석기(츄브코프)의 딸 혜원(나딸리아)에게 청혼을 하러 오면서 청혼을 하는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오해가 발생해 한바탕 대소동이 벌어진다.
주인공 우철은 지주의 자손으로 곱게 자라 세상 물정에 어둡고, 대인관계에서도 그렇게 매끄럽지 못하고 융통성이 부족한 청년이다. 자신이 키우는 개를 비싼 금액에 구입한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는 부분은 어떻게 보면, 우리 사회의 보수 같은 이미지와 브랜드를 중요시하는 소위, 좀 있는 집 아들, 혹은 금수저 같은 그런 부류처럼 보여진다.
상대역인 헤원은 농노의 후손으로 부모와 함께 감 농사를 짓는 처녀로서
진보적인 성향으로 노동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사람이다, 대사 중, 부모의 도움으로 작은 공장을 운영하는 우철을 조롱하는 부분은 무능한 기업오너 세습에 대한 노동자들이 비판하는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한다..
보수와 진보의 완충 역할처럼 중도 부동층 역할은 나석기를 통해 이루어진다.
우철과 혜원의 한바탕 큰 싸움의 기폭제와 해결 마무리 역시 바로 나서기에 의해 일어나는데, 나석기의 역할은 보수, 진보 대결이 선거와 여론에 의해 좌우되듯 나석기의 역할은 더욱 그러해 보인다.
사회역시, 보수에서 진보로 진보에서 보수로 서로서로 뒤바뀌며 반복에 반복을 거듭하며
인간의 역사는 조금씩 조금씩 바뀌어 간다.
마치, 서로 다른 남과 여, 서로 다른 각 개체가 서투른 청혼을 하듯이 말이다.
프로젝트그룹 : 배우다 의 두번째 작품
안톤체홉 작 우여진 연출의 <결혼소동극:곰,청혼>
11월7일 ~ 11월18일 까지 부산 거제역 2번 출구앞 한결아트홀에서 공연
<Cast>
평일 곰 (뽀보바 :김하영 /스미르노프 : 김영학 /루까 : 안윤철)
청혼 (나탈리아 : 권혜원 /로모프 : 박정우 /츄브코프: 정명환)
주말 곰 (뽀보바 : 김하영 /스미르노프 : 김영학 /루까 :김세연)
청혼 (나탈리아 :권혜원 /로모프 : 안윤철 /츄브코프 :정명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