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권 대표 문화논단] 올림픽 有感[2] - UN과 IOC vs 긴장과 평화

' 2018 평창올림픽의 화합 한마당이 진정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이정표 되길'

2018-02-14     이인권 논설위원단장

한국의 분단 현실에는 ‘긴장’과 ‘평화’가 공존한다. 아이러니컬하다. '기술적으로는 아직 전쟁상태'(technically at war)에 있는 남북 대치 상태의 한반도는 긴장을 해소해서 궁극적으로 평화를 정착시켜야 하는 두 가지 과제를 안고 있다.

이번에 2018 평창올림픽은 바로 이러한 냉엄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당사자인 한국을 비롯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과 국제사회는 북한이 핵무장을 포기할 것을 밀어붙였다. 북한의 핵 실험과 미사일 도발이 미국을 겨냥하면서 미국이 주도한 유엔(UN)은 국제사회의 일관된 제재조치를 내놓으며 북한을 강하게 압박해 왔다. 

그러면서 미국과 북한은 전쟁도 불사하겠다면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극한 대립상태가 유지돼왔다. 긴장에 긴장을 더하는 미국과 북한의 무력시위 속에 한반도는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래 상징적으로 지속되어온 기술적인 전쟁 상태를 넘어 실질적으로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 국면에까지 이르게 됐다.

이러한 위중한 상황에서 평화의 훈풍은 평창올림픽을 통해 불어오고 있다. 그것은 국제올림픽 위원회(IOC)를 통해서다. 1988년 9월 서울하계올림픽에 이어 30년 만에 열리는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의 참가를 이끌어 내면서 남북한은 긴장에서 평화 모드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북한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는 특사를 포함해 최고위급 대표단의 전격적인 방남, 남북한 단일 선수팀 구성, 정치색을 배제한 북한 예술단의 남한 공연과 응원단의 참가는 단번에 남북 간에 대화와 소통의 발판을 닦아 놓았다.

북한에 아쉬울 것도 없는 미국은 평창올림픽이라는 그야말로 전 세계인이 모인 화합과 평화의 축제에 자리를 함께 하면서도 북한에 눈길 한번 주지 않고 대립과 적대시의 자세를 견지했다. 이를 두고 심지어 미국의 언론조차도 외교무대에서 미국이 처세를 올바르게 하지 못한 것으로 평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미국은 북한에 최대 압박을 가하면서도 대화에 나설 수도 있음을 내비치고 있다.

모두가 아는 것처럼 올림픽 깃발인 오륜기는 파랑색, 노란색, 검정색, 초록색, 빨강색의 동그라미 다섯 개가 왼쪽부터 고리를 엮듯 위 세 개, 아래 두 개로 서로 연결돼 있는 형상이다. 둥근 고리가 엮어진 모양이 ‘월드’(World)의 단어 첫 글자인 알파벳 W 모양을 이룬다. 이것은 5개의 대륙과 5개 대륙 사람들의 결속을 의미한다. 어떻게 보면 미국은 전 세계인의 결속을 추구하는 올림픽 정신이 담긴 글로벌 스포츠축제에서 대립의 태도를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평창올림픽을 명실상부하게 평화의 축제로 이끄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IOC는 토마스 바흐 위원장이 올림픽이 끝난 후 북한을 방문하여 스포츠를 통한 평화 드라이브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한 언론이 보도했다. 이에 앞서 지난 20일 스위스 로잔에서 바흐 위원장과 남북한 올림픽위원회(NOC) 관계자들이 만나 ‘올림픽 한반도 선언’에 합의한 바도 있다. 이 자리에서 바흐 위원장은 방북을 통해 IOC가 남북한과 스포츠 교류를 이어가며 ‘새로운 교류’를 논의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어쨌든 이번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스포츠를 통해 한반도에 평화의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한 것 같다. 흔히 겨울이 지나 봄이 오는 듯하다가도 늦은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기도 하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봄이 오듯이 한반도에 우선은 평화의 봄이 올 것이라는 전조가 되었으면 좋겠다.

30년 전 서울올림픽에 당시 적성 국가였던 소련과 중국의 예술단들이 최초로 한국 땅을 밟아 화려한 공연을 펼쳤었다. 그 후 얼마 안 돼 두 공산국가들의 탈 이념화와 개방화의 물결이 급물살을 타 한국과 각각 외교관계를 수립해 평화의 손을 맞잡았었다. 그렇듯이 이번에는 평창올림픽이 당사자인 남북한의 평화와 궁극에는 통일의 길로 접어드는 이정표가 되기를 갈망한다.

남북한의 평화 구축은 당사자들의 노력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을 정도로 강대국들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내재돼 있다. 그런 만큼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도출해 내는 외교 역량이 우선은 한국 정부의 몫이다. 어찌 보면 그것이 가장 중요하며 풀기가 난해한 과제인지도 모른다.

김동환 시인의 ‘산 너머 남촌에는’ 이라는 유명한 작품이 있다. 물론 봄이 되면 꼭 부르는 노래가사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말하는 ‘남촌’은 시인이 그리워하는 이상향으로 그 미지의 세계에 기대하는 희망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이 시에 대해 ‘일제 시대 망국의 한을 씻고 빼앗긴 국토를 되찾을 때 참다운 행복의 터전인 남촌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간절한 소망’을 담은 것으로 평가한다.

이 남촌이 이번에는 ‘분단된 조국의 한을 풀어 평화, 공존, 통일로 나아가는 그런 이상향이 현실이 되는 단초’가 되기를 모두가 기원해 본다. 그 평화의 한반도에 남촌의 봄바람에 진달래 꽃향기와 구수한 보리냄새가 실려 오고, 나비떼가 날고 종달새 소리가 가득했으면 좋겠다.

‘극과 극은 통한다’(Extremes meet)는 서양 속담이 있다. 아무리 견원지간의 관계라도 서로의 공통점이 있는 법이다. 자석의 양극과 음극이 만나 서로 화합하는 것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달리 말해 위기는 곧 위대한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절기로 입춘을 지나고 나서 지난 9일 개막된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또 이어진 한파를 맞아 일부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지만 북한의 핵 개발로 UN이 제재를 가하고 있는 시점에서 스포츠를 통해 IOC가 마련한 이번 올림픽 화합 한마당이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 돼서는 안 될 것이다.

 

■ 이인권 논설위원단장은...

중앙일보, 국민일보, 문화일보 문화사업부장과 경기문화재단 수석전문위원과 문예진흥실장을 거쳐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CEO)를 지냈다. ASEM ‘아시아-유럽 젊은 지도자회의(AEYLS)' 한국대표단, 아시아문화예술진흥연맹(FACP) 국제이사 부회장,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부회장, 한국공연예술경영인협회 부회장, 국립중앙극장 운영심의위원, 예원예술대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예술경영 리더십> <예술의 공연 매니지먼트> <문화예술 리더를 꿈꿔라> <경쟁의 지혜> <긍정으로 성공하라> 등 14권을 저술했으며 한국공연예술경영인대상, 창조경영인대상, 대한민국 베스트퍼스널브랜드 인증, 2017 자랑스런 한국인 인물대상, 대한민국 인성교육대상, 문화부장관상(5회)을 수상했으며 칼럼니스트, 문화커뮤니케이터, 긍정성공학 전문가로도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