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을 준비하며 이야기하는 삶과 죽음, 다큐 영화 ‘목숨’

‘살아있음의 기적’과 ‘삶에 대한 감사’의 이야기
삶의 끝에서 잠시 머물며 이별을 준비하는 곳, ‘호스피스’

2014-12-08     박봉민 기자

[KNS뉴스통신=박봉민 기자] “내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갈망하던 내일이다.”

너무도 버겁고 힘겨운 현실에 우리는 삶을 내려놓고 싶은 유혹에 휩싸이곤 한다. 하지만, 문득문득 살아있음으로 가능한 것들을 통해 ‘살아있음의 기적’, ‘삶에 대한 감사’를 느낀다.

영화 ‘목숨’은 바로 이 기적과 감사에 대한 기록이다.

영화는 삶의 끝에서 잠시 머물며 이별을 준비하는 곳, ‘호스피스’를 배경으로 한다.

이곳에서는 누군가의 아버지, 누군가의 어머니, 누군가의 누군가가 사랑하는 이들과의 이별을 준비한다.

40대 가장 ‘박수명’, 두 아들의 엄마 ‘김정자’, 수학선생님 ‘박진우’ 할아버지와 쪽방촌외톨이 ‘신창열’이 이곳에 있다. 이들의 남은 평균 시간은 21일.

이들이 두고 떠나야하는 것은 사랑하는 가족, 어렵게 장만한 집, 따끈한 짜장면 한 그릇과 시원한 막걸리 한 모금.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임종 앞에서야 진심으로 사랑하며 마치 처음인 듯 뜨겁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 영화의 스토리이고 그들이 주인공이다.

이 영화는 이창재 감독의 세 번째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감독은 전작인 ‘길 위에서(2012년)’와 앞선 ‘사이에서(2006년)’를 통해 이미 삶에 대한 남다른 성찰로 평단의 눈길을 끈 바 있다.

이 영화에서는 전작의 삶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삶 뒤에 따라 붙어 있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하고 있다.

이창재 감독은 영화 ‘목숨’에 대해 “임종의 순간을 촬영하는 것은 고통스러운 작업이었다”며 “나에게 이 영화는 윤리적 도전이었고 줄타기였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감독은 영화를 통해 무엇을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는 관객들에게 “영화로 충격을 줄 의도는 아니었지만 충격을 받아도 좋다고 생각했다”며 “죽음은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놀란 마음에만 집중하지 말고 놀란 마음의 근원에 대한 질문을 가지고 돌아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