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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숲은 깊고 아름다운데’ 조이스 박 작가…동화 여주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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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숲은 깊고 아름다운데’ 조이스 박 작가…동화 여주 잔혹사
  • 백영대 기자
  • 승인 2024.04.22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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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S뉴스통신=백영대 기자]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이야기이다. 이야기에 설득된 사람은 이야기가 속삭여 준 생각을 갖게 되고, 그 생각은 행동을 끌어낸다. 함께 들은 이야기는 같은 행동을 끌어내기도 했다.

지금 전래 동화를 다시 읽어야 하는 이유는, 아니 전래 동화를 다시 새롭게 해석하며 읽어야 하는 이유는 우리가 이야기를 따라 어떤 삶을 만들어왔는지 알고, 새로운 삶을 위해 새로운 이야기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숲은 깊고 아름다운데’는 단순히 재미있고, 조금 낯선 이야기로서 전래 동화뿐만 아니라 그 속에 숨은 내용을 낱낱이 밝혀서 이 시대에 여전히 유효한 내용과 이제 버리고 새로 써야 할 내용은 어떤 것이 있는지 이야기한다.

전래 동화에서 용은 왜 공주만 잡아가는 걸까?
백설공주는 숲으로 도망쳤고, 빨간모자는 숲을 지나가야 한다. 
전래 동화의 여주인공들은 집 떠나면 죄다 숲으로 가는 걸까?
아니, 왜 여주인공들은 모두 곤경에 빠지는 거지?

지금 21세기의 우리에게 전래 동화는 무슨 의미일까?

옛이야기는 권력자의 논리를 전하는 통로인 동시에 
이야기를 전하는 이들의 지혜가 숨어있는 보물창고이다. 
이제 우리는 ‘숲은 깊고 아름다운’과 함께 옛이야기가 전하는 삶의 무기를 찾아보자. 
 
용은 왜 공주만 잡아가는 걸까?
배부르게 먹을 거면 통통한 아기나 살찐 아줌마가 낫지 않을까? 씹을 맛 있는 근육질 기사는 어떻고?

저자는 “용이 사실은 여자 그 자체”라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한다. 용은, 그러니까 애초에 여자를 잡아간 것이 아니었다. 여자에게는 여러 가지 모습이 있다. 용감하고, 제멋대로인가 하면 신비한 능력과 깊은 지혜가 있다. 여자는 용처럼 제멋대로인 야성과 힘을 함께 지닌 존재이다. 

하지만 가부장제가 자리를 잡던 시절, 용맹하고 제멋대로인 여자는 필요 없었다. 멋진 기사는 달려가 용에게 공주를 내어놓으라고 소리 지른다. 공주는 귀한 신분이 돼 왕궁에서 살아야 한다며, 용과 함께 숲에 있어서는 안 된다며 공격한다. 기사의 공격에 여자는 용의 면모는 버리고, 예쁘고 여린 공주의 모습만으로 기사를 따라나선 것이다. 그러니 “용이 공주만 잡아간 것이 아니라 기사가 공주만 구해온 것”이다. 저자는, 새로운 시대는 묻는다. 지금도 여자는 공주로 사는 것이 최고일까?

24년 봄,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댐즐>이 소개됐다. <왕좌의 게임> 제작진이 만들어 화제인 <댐즐>은 용과 공주의 이야기이다. 댐즐(Damsel)은 결혼하지 않은 아가씨란 뜻으로 ‘곤경에 빠진 아가씨(Damsel in distress)’는 동화의 전형적인 요소이기도 하다. 

가난한 나라의 공주가 잘사는 나라 멋진 왕자와 결혼하지만, 알고 보니 잘 사는 나라의 용에게 바친 제물 신세! 공주는 왕자가 자기를 구해주러 오기를 기다리지 않고 직접 싸우며 탈출한다. 놀라운 반전은 용이 여자이며 역시 피해자라는 것! 

전래 동화의 숨은 의미를 아는 사람에게는 이 영화가 그저 드래곤이 나오는 액션영화로만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공주와 여자용이 함께 적을 무찌르고 새로운 세상으로 떠나는 모습에서 여성 연대와 공감의 힘을 느낀다. 우리가 갈 길은 멀지만 숲은 깊고 아름다우니 함께 가보자.

옛이야기가 정말 옛이야기일까?

오랜 세월 강력한 호소력을 지니며 전해 내려온 이야기에는 인간이 수천 년간 쌓아온 상징과 이미지가 층층이 쌓여 있다. 우리가 앞으로 만들어 나갈 이야기이자 소재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래서 우리는 전래 동화를 읽어내야 한다. 

오랜 세월 동안 사랑받아온 전래 동화에는 깊이 있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메시지를 현대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하고 새로운 이야기와 의미를 부여한다. 작가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전래 동화 속에 우리가 우리 내면에 새겨진 길을 찾아 성장하는 힘이 있음을 알게 된다. 

이 책은 전래 동화를 새롭게 해석해 여성의 성장과 역할, 가부장 권력에 대한 고찰, 현대 사회에서의 성별에 대한 역할에 대해 다룬다. 이 책은 우리가 진짜 자신을 찾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게 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 저자 소개

 조이스 박 

Stories are truer than truth. 이야기는 진실보다 진실하다는 말을 믿는다. 영문학과 TESOL(영어교육학)을 전공하고,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서구 옛이야기를 여성주의 시각으로 해석한 에세이 『빨간 모자가 하고 싶은 말』을 썼으며, 구미호 이야기를 재해석한 단편 소설 「꼬리가 아홉인 이유」는 『페미니즘으로 다시 쓴 옛이야기』(공저)에 수록되고 미국에서도 출간되었다. 영시와 저자의 이야기를 엮은 『내가 사랑한 시옷들』, 어린이를 위한 『처음 만나는 그리스·로마 신화』 등 어느새 출간 도서가 70권이 넘었다. 특히 『조이스 박의 오이스터 영어교육법』, 『조이스 박의 챗GPT 영어공부법』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최근 소설가들과 함께 AI시대 글쓰기는 어떠해야 하는지 모임을 꾸리고 있다.

백영대 기자 kanon3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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