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한 장면
수사관들이 늦은 밤 주인공이 살고 있는 집 초인종을 누른다. 주인공이 문을 열자 수사관들은 자신들의 신분을 밝히고서는, 주인공에게 특정 범죄혐의가 있다면서 조사를 위해 경찰서로 임의동행 해줄 것을 요구한다. “임의동행 하겠습니다. 가시죠.” 라는 한 수사관의 말에 주인공이 당황하며 거부하자, 수사관들은 조용히 가자고 하면서 양팔을 잡아끌며 주인공을 연행한다.
얼마 전 종영한 법정드라마의 한 장면이다. 여기서 주인공은 수사관들의 임의동행 요구를 거부할 수 없었을까?
임의동행이란 수사기관이 피의자(또는 참고인)에게 수사관서로 함께 가기를 요구하고 피의자의 동의를 얻어 동행하는 것을 말한다. 임의동행이 적법하기 위해서는, 수사관이 동행에 앞서 피의자에게 동행을 거부할 수 있음을 알려 주었거나 동행한 피의자가 언제든지 자유로이 동행과정에서 이탈 또는 동행 장소로부터 퇴거할 수 있었음이 인정되는 등 오로지 피의자의 ‘자발적인 의사’에 의하여 수사관서로의 동행이 이루어져야 한다(대법원 2006. 7. 6. 선고 2005도6810 판결).
결국 범죄혐의를 의심받는 피의자는 수사기관의 임의동행 요구를 받았을 때에 임의로 동행을 승낙할 수도 있고, 이를 거부할 수도 있다. 피의자가 임의동행을 거부하였을 때에는 수사기관은 동행을 강요할 방법이 없다. 그럼에도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강제로 연행한다면? 이는 피의자의 자발적 동의에 기인한 것이 아니므로 위법한 강제연행일 뿐이다. 더하여 위법한 강제연행을 행한 수사관은 오히려 형법 제124조 제1항에서 규정하는 불법체포(직권남용체포)로 처벌될 수 있다.
그렇다면 다시 위 드라마 속 장면을 살펴보자. 주인공이 임의동행 요구를 거부하였음에도, 수사관들은 물리력을 행사하며 주인공을 강제로 연행하였다. 이것은 주인공의 임의동행 거부의사에 반하는 명백한 불법체포이며, 주인공이 불법체포로부터 벗어나기 위하여 수사관에 대하여 일정한 저항을 하더라도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하지도 않는다(대법원 1992. 5. 26. 선고 91다38334 판결). 그러나 위 장면에서 주인공은 어떠한 저항도 하지 않았고, 이후의 장면은 주인공이 불법체포에 대한 별다른 문제제기 없이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는 것으로 이어진다.
위와 같은 불법체포는 단지 드라마 속 형사절차의 오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도 종종 발생하는 일이며 불법감금으로도 이어져 심각한 인권침해를 초래할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대법원은 수사관이 피의자에 대하여 임의동행을 요구하면서 거절할 수 없는 심리적 압박을 행하였다면, 물리력 행사와 관계없이 이는 불법체포에 해당된다고 하여 임의동행의 적법요건을 엄격히 판단해 나가고 있다(대법원 2011. 6. 30 선고 2009도6717 판결).
결론적으로 만약 경찰이나 검찰 수사관이 임의동행을 요구한다면, 그에 따르는 것은 오로지 자신의 자발적 의사에 달려있다. 그러므로 수사기관의 임의동행 요구에 위축될 필요가 없으며, 아무런 준비도 없이 임의동행에 응하여 조사를 받는 것보다는 전문변호인의 도움을 바탕으로 체계적 대응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편집자 주>
■이윤형 변호사
신성고등학교 졸업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부산지방변호사회 표창
공인노무사 시험 합격
변호사시험 합격
전) SK텔레콤 노동조합 근무
이윤형 변호사 kns@kns.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