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S뉴스통신=김혜성 기자] 뜨거운 열정과 넘치는 패기, 한국예술종합학교 동문무용단으로 한국현대무용계 흐름을 이끌고 있는 LDP무용단(Laboratory Dance Project)이 오는 3월 23일(금)부터 25일(일)까지 3일 간 대학로 소재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LDP무용단 제18회 정기공연을 개최한다.
LDP무용단의 정기공연은 무용단이 창단된 2001년부터 2018년 현재에 이르기까지 매년 꾸준히 무용단 소속의 안무가들이 500석의 대극장 규모로 신작을 올려온 무대로, 현재 현대무용계 대표적인 안무가인 신창호, 차진엽, 김영진, 김동규, 이용우, 김판선, 김성훈, 이인수, 김재덕, 김보라 등이 거쳐간 영예로운 무대이다.
금년에 18회를 맞는 이번 LDP무용단의 정기공연은 여느 해와 달리 해외 안무가 없이 LDP무용단 정단원인 국내 안무가 3인으로 구성됐다. 이번 안무가 라인업에 대해 LDP무용단 김동규 대표는 “LDP단원 개개인이 안무가로서 자생력을 키워가야한다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매년 해외안무가공연도 함께 올렸기에 단원들이 상대적으로 안무가로서 등용할 기회가 적었던 것이 사실이다.”며 “무엇보다 이번 안무가 3인은 창단 20년 역사를 앞두고 있는 LDP무용단의 혁명적인 세대교체를 이뤄낼 것이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LDP무용단의 공연마다 남성 댄서들의 에너지 못지 않는 강한 에너지로 주목받는 여성 댄서는 LDP무용단의 맏언니 임샛별이다. 영국의 세계적인 아크람칸무용단과 댄스경연프로그램 Mnet 댄싱9 시즌2에 출연하면서 대중적인 인지도를 쌓았다.
이번 정기공연에서 임샛별은 댄서가 아닌 안무가로 나선다. 임샛별은 2014년 첫 안무작 감정노동프로젝트 '견딜 수 있겠는가…'를 업그레이드하여 만든 'Hello'로 2016년 스페인 마스단자 현대무용대회에서 ‘안무가상’을 받으며 안무가로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이후 체코 타넥프라하 축제(TANEC PRAHA), 헝가리 바디라디칼(BODY.RADICAL)에도 초청되었으며, 금년 9월에는 이탈리아 단자어바나 축제(DANZA URBANA)에도 공연을 올릴 예정이다.
나아가 LDP무용단에서 이례적으로 여성 댄서만으로 구성한 작품 '소녀'를 올리며 안무가로서의 입지를 알릴 계획이다. 이러한 댄서 구성은 2001년 LDP무용단이 창단되던 해에 제1회 정기공연을 장식한 독일 안무가 크리스티나가 4명의 여성 댄서로 구성한 작품 'Potato' 이후 처음이다.
이에 대해 안무가 임샛별은 “LDP무용단의 여성 댄서들 각자 최고의 기량을 갖고 다른 개성적인 스타일을 갖고 있다. 하지만 여성 댄서들이 훌륭한 실력에 비해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것 같아 항상 아쉬움이 남았다.”며 “이번 작품에는 LDP무용단 정단원 중 여성 댄서 8인이 모두 모였다. 작품 <소녀>를 통해 숨어있던 여성 무용수의 기량을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며 포부를 밝혔다.
임샛별은 이번 LDP 정기 공연에 네번째 안무작 '소녀'를 올린다. 이를 통해 현재 미의 기준이 내적보다 외적으로 치중되는 현대의 우리 모습을 인지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사회가 길들인 미의 기준으로 키워가는 여성들의 아름다움에 대한 로망, 동시에 비난받는 여성들의 신체와 이로 인해 생기는 상처 등을 그린다. 이 속에서 임샛별은 여성이라면 나이에 관계없이 품고 있는 ‘태초부터 순수한 소녀 감성’에 주목하고 거칠고 강한 모습 또한 멋진 여성의 모습일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2013년 그리스헬라스국제무용경연대회 1등으로 병역특례혜택까지 받았던 댄싱머신 김성현, 그는 LDP무용단 정기공연의 신작들에 항상 더블캐스팅되며 최고 기량을 가진 LDP단원들이 가장 함께 하고 싶어하는 댄서이다. 또한 2016년 영국 유명 안무가 제임스 커즌스는 김성현의 움직임에 반해 김성현 댄서가 참여하지 않으면 자신의 공연을 올리지 않겠다고 선언, 당시 공연 일정이 겹친 LDP무용단에게 수십 번 전화를 걸어 양해를 구한 일화가 있을 정도이다. 국내외 안무가들이 탐내는 댄싱머신 김성현, LDP무용단 내에서는 셋째형으로 9년에 이르는 LDP무용단 활동을 최대로 끌어내 안무자로 나선다.
안무가 김성현이 이번에 올릴 '이념의 무게'는 서강대학교 영상대학에서 영화/다큐를 공부하면서 모티브를 받았다. 영화 공부의 교과서와 같은 작품들을 공부하며 히틀러가 행한 다양한 폭력의 행태, 그러나 이러한 폭력의 형태가 현대에도 세련화된 폭력의 형태로 지속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이렇게 순환되는 무한 폭력의 순환고리에 주목했다. 그는 움직임과 영상을 적극 활용해 이러한 이야기를 상징과 의미, 이미지로 세련되게 표현할 예정이다. 상호작용하는 영상과 여러 각도로 영상을 작업해 작품을 관객이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안무가 이정민은 LDP무용단 입단의 목적이 춤보다 안무였던 야심적인 안무가이다. 실제로 이정민은 1990년생으로 이번 정기공연에 작품을 올리는 3인의 안무가 중 가장 나이가 어리다. 학부 시절부터 안무하는 것에 흥미를 가졌으며, 대학 시절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우연히 이탈리아 출신 행위예술가 카스텔루치가 오감을 자극하는 섬세한 연출로 올린 작품에 반해 안무연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대부분의 안무가들이 동작을 만들고 작품을 만드는데 반해 상징적인 오브제를 사용해 콜라쥬하며 역으로 움직임을 만들어간다. 이렇듯 작품에 대한 접근법과 표현 방법이 독특해 작품이 난해하고 실험적이라는 평을 많이 받았다.
김동규 대표는 안무가 이정민에 대해 “난해하고 실험적인 작품을 주로 올리지만 표현 방법의 프로세스와 작품 자체에 접근하는 방법이 독특해 눈여겨봐야할 안무가이다. 보통 예술가적 기질과 다르게 굉장히 객관적이며 영상과 음악도 직접 만드는 등 다재다능해 자신이 가진 달란트를 최대한 활용한,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본듯한 멋진 무대가 될 것이다.”며 기대감을 비쳤다.
이번 정기공연에서 안무가 이정민은 작품 <거울 앞 인간>을 올린다. ‘거울 앞에 서면 누구나 거울에 비친 우리의 겉모습에 주목하기 때문에 숨겨진 우리 안의 모습을 보지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에서 모티브를 받은 작품이다. 평소 우리가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은 아닌지, 그 안의 진실을 들여다봐야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문을 움직임으로 표현한다.
김혜성 기자 knstvnew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