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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 퇴직 경제관료의 따끔한 일침…'거꾸로 선 피라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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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 퇴직 경제관료의 따끔한 일침…'거꾸로 선 피라미드’
  • 김관일 기자
  • 승인 2017.02.13 12: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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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상 초유의 리더십 부재로 야기된 '최순실 게이트'와 맞물려 세간의 뜨거운 주목을 받고있는 책이 있다.

<거꾸로 선 피라미드>(권해상 저, 메가북스刊)는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위기와 혼돈의 시대에 우리가 겪는 혼란의 원인과 문제들을 다양한 시각에서 투영하면서 가장 근본적 원인으로 정파적인 이해에 따라 행동하는 '권력과 리더십의 문제'를 지적했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눈밭에 선 우리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묻는다. 눈이 그치기를 기다렸다가 쌓인 눈이 녹으면 옛길을 따라가는 방법과 눈밭을 헤치고 나오는 방법이 있다. 어느 길을 선택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그 어느 때보다 무겁게 느껴진다.

저자는 대한민국이 가진 상처를 이야기하면서 우리의 리더십은 왜 이렇게 엉망이 된 것인지 묻고 답한다. 아울러 이제 어떻게 치유해 나가야 할지 정신 바짝 차리고 새 판을 짤 시간이라고 일갈한다.

특히 저자가 행정고시 24회 출신으로 기획재정부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에서 경력을 쌓은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라 다소 고루할 것이라는 예상을 뛰어넘는 그의 예리한 통찰은 그래서 더욱 힘을 받고 마치 체한 것 같던 가슴에 사이다 한잔을 들이킨 듯한 상쾌함을 선사한다.

그가 관료로서 재직하면서 가장 경계해 온 것은 자신이 한 행동의 파급력을 생각하지 않는 무지 혹은 '생각없음(Thoughtlessness) 병'이었다.상사의 명령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으로 책임을 면할 수 있다는 생각은 바로 관료의 고질병인 '생각없음 병'이라는 것.  조직 구성원들이 옳은 방향성을 갖고 책임을 느껴야 한다는 것은 민간 회사의 직원뿐 아니라 관료, 나아가 온 국민에게도 적용된다고 꼬집는다.

저자는 유대인을 학살한 후 법정에 서서 "나는 잘못이 없습니다. 나는 주어진 직분에 충실했을 뿐이며, 명령을 받은 대로 했을 뿐입니다"라고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던 아이히만의 사례를 들어 생각없음 병의 서늘한 결과를 지적한다.그리고 "악이란 뿔 달린 악마처럼 별스럽고 괴이한 존재가 아니며, 사랑과 마찬가지로 언제나 우리 가운데 있다. 그리고 파시즘의 광기로든 뭐로든 우리에게 악을 행하도록 계기가 주어졌을 때 그것을 멈추게 할 방법은 '생각'하는 것 뿐이다"라고 설파한다.국정농단 사태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저자가 이 이야기를 꺼내든 것은 뼈아픈 지적이다. 

그는 더 무서운 것은 이런 일이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한탄한다."올바른 목적의식이 없는 조직이 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할 수 없다. 자신들이 가야 할 방향을 모르는데, 사람을 귀히 여길 리 없다. 인화의 중요성을 모르는 조직은 어느새 이윤 극대화가 목적이 된다. 그렇게 되면 기업은 자본가들의 탐욕을 채워주는 도구로 이용된다.

사람들은 이윤을 창출하는 도구로 전락하여 착취의 대상이 된다. 정부 역시 마찬가지다. 국민의 권익을 위해 봉사하기보다는 자신들의 권력 유지, 눈앞의 성과 창출, 선거 표몰이에만 신경 쓴다. 그래서 국가의 지속가능한 성장은 요원한 일이 된다. 현재에 천착하면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미래만 생각하면 현재가 희생된다. 결국 방향을 잃고 방황하는 정부는 국민의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본문 p.168)

현재에 천착해 미래가 보이지 않는 삶. 그는 이 시대야말로 길이 사라진 눈밭에 서 있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비틀거리며 살아가고 있는 개인은 어느새 자기 자신도 잃고 길도 잃었다. 인간으로서 자신을 지키기 위한 싸움의 동력을 잃은 것이다.그렇다면 길을 잃은 자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저자는 문제 해결의 시작은 우리가 길을 잃었음을 자각하는 것이라고 짚는다. 

이제 상처를 내보이고, 고통을 다독이기 위해 발을 내디뎌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상처가 있다고 모두 진주가 되진 않지만, 상처 없이 만들어진 진주는 없다. 상처 없이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성공은 무수한 실패의 무덤 속에서 탄생하는 것이며, 해결책도 불행과 실패 속에 숨어 있다. ‘난세는 신의 선물’인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우리는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서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열광한다. 하지만 그가 그 길을 가기 위해 겪었던 갈등과 그 길 위에서 만난 숱한 외로움과 좌절에 대해서는 짐작만 할 뿐이다. 보이지 않는 고군분투는 염두에 두지 않는다".(본문 p.86)

저자 권해상은 부산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버밍엄대학 경제학 석사, 국방대학원 국방관리 석사를 마쳤다. 1980년 행정고시 24회로 공직생활을 시작한 후 경제기획원, 기획재정부에서 근무했고, 대통령비서실 혁신관리비서관, 지역발전위원회 기획단장, OECD 대표부 공사, 한국자금중개㈜ 사장 등 정부혁신의 전략수립과 관리, 실행의 모든 분야를 거친 정부혁신 전문가다. 현재는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 자문위원으로 근무하면서 세상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는 신념아래 ‘더 살롱’ 프로젝트를 통해 이웃을 재발견하고 자유로운 공동체를 만드는데 힘쓰고 있다.  가격 1만4천원. 메가북스刊.

김관일 기자 ki21@kn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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