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S뉴스통신=최윤희 기자] 경기 수원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심각한 신체적 폭행을 입힌 학교폭력 가해학생에게 '서면사과'라는 솜방망이 수준의 처분이 내려진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학교폭력 문제를 축소·은폐하기위한 방편이 아니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수원 중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수원시 장안구 영화동 소재 H초등학교 6학년 이모(13)군은 지난달 2일 방과후 운동장에서 같은 반 학생 김모(13)군 등 2명으로부터 언어폭력을 넘어선 신체적 폭행으로 고막이 파열되고 전치2주의 찰과상을 입었다.
이군은 학교폭력으로 인한 정신적 충격으로 우울, 불안 증세 등을 호소하며 정신과 전문상담의로부터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사건 당일 이후부터 한달반이 넘도록 대인기피증과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며 현재 학업을 중단하고 있는 상태다.
더구나 H초등학교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는 이번 학교폭력 사건과 관련해 피해 학생 학부모의 요청으로 지난달 16일 자치위원회를 개최했지만 피해학생에게 심각한 상해를 입힌 가해학생들에 대해 특별교육이나 학급교체 등의 처분이 아닌 '서면사과'라는 경미한 결정으로 마지못해 해결에 나서는 시늉만 해 피해 학생만 억울한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는 학폭 가해자에게 서면사과에서부터 접촉금지, 학내봉사, 사회봉사 등의 가벼운 처벌을 비롯해 특별교육 이수와 심리치료, 출석정지, 학급교체, 전학, 퇴학 등 중징계에 이르기까지 총 9가지 처분을 할 수 있다.
학폭위가 중징계를 기피하고 폭력 당사자 간의 합의 조차 이행되지 않자 피해 학생인 이군의 부모는 이 사건의 정확한 규명을 위해 지난달 10일 결국 관할 경찰서인 수원중부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 현재 이 사건은 경찰 조사를 마치고 최근 검찰에 송치된 것으로 파악됐다.
담당 경찰관은 "학부모 간 서로 입장 차이를 극복하지 못해 쌍방간의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종합적으로 판단했을때 피해자와 가해자는 확실히 구분된 상태로 의견을 첨부해 사건을 넘겼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피해 학생 부모는 학폭위의 이같은 결정에 이의를 제기, 같은달 30일 경기도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했다. 재심은 26일 오후 경기도청 신관2층 국제회의실에서 열릴 예정으로 이날 재심은 청구인과 가해학생측의 출석없이 비공개로 진행되며 지역위원회의 심의 방법 및 결과 통보까지 모두 서면으로 이뤄진다.
이렇듯 교내 학교폭력이 어른들의 싸움에 이어 끝내 경찰 수사로까지 번지며 상황이 점차 악화된 까닭을 놓고 일각에선 근본적인 사후 개선책 마련을 위해 적극적인 개입을 하지 못한 학교측과 학폭위의 역할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고 있다.
피해자 이군의 부모는 "이번 학교폭력에서 가장 억울한 점은 학교 관계자 그 누구도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사태를 해결해주려는 사람이 없었다"며 "지금 상태에서 가장 큰 바램은 가해학생과 가해학생 학부모의 진심어린 사과로 인해 등교를 꺼리며 집에 방치 돼 있는 아이의 자존심을 회복시켜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9월19일부터 10월28일까지 초·중·고 학생들 94만6000여명을 대상으로 학교폭력 실태를 점검한 결과 학교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한 8300명의 전체 학생들 가운데 4968명이 초등학생으로 나타나 중·고등학생들을 합친 것보다 훨씬 높은 수치를 보였다.
따라서 학폭위의 비중이 커진 만큼 학교폭력 예방과 피해학생 보호조치, 피해학생과 가해학생간 분쟁조정 등의 기능을 수행하는 학폭위 운영이 본연의 취지에 맞게 잘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한 논의를 새롭게 해 위원들의 자질과 전문성 한계로 인한 부실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면 학부모와 교사의 두 집단 위원들이 전체 위원의 2/3를 차지하고 있는 학폭위 인적구성 현황이다. 법조인과 의사, 경찰공무원 등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학폭위원들은 바쁜 일정 등을 이유로 회의 참가율이 매우 낮아 결국 학교 관계자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볼 때 학부모와 교사 집단 위원들은 자녀가 진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수 있는 점을 우려하는 가해자 학부모 등과 사적인 관계로 얽혀 자칫 공정한 관점을 잃을 수도 있어 위원 본연의 책무를 더욱 무겁게 느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윤희 기자 cyh6614@kns.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