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 집에서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다가, 가족들과 함께 늦가을의 정취를 느끼고자 집을 나섰다. 장흥읍에 있는 평화마을 입구로 들어서니, 나뭇잎이 다 떨어진 메타세콰이어 나무가 길게 늘어서 맞이해 주었다. 마을의 이름처럼 한적하고, 평화로움이 느껴지고, 마을 어귀 연못에는 한 무리의 새들이 목을 축이고, 인기척에 놀라 뒷산으로 날아갔다. 전통한옥의 누각에 잠시앉아 추수가 끝난 먼 들판을 바라보니, 시간이 멈춰선 듯 적막함이 감돌았다. 봄부터 여름까지 곡식을 길러낸 들판은 긴 휴식을 취하며, 내년의 시간을 준비하고 있었다. 고풍스런 한옥을 둘러보고, 발길을 돌려 억불산 올라가는 길에 상선약수터를 들려 조롱박에 물을 떠서 한 모금 마시니 정말 시원하고 맛이 좋았다. 억불산 올라가는 길은 가파르지 않아서, 가볍게 걸어갈 수 있어서, 주변의 경치를 보면서 차분히 올라갔다. 나무로 만들어진 생태탐방로엔 낙엽에 쌓여, 밟을 때마다 낙엽의 소리가 들리고, 올라가는 길이 지루하지 않고 시원한 공기를 마시니, 온몸에 상쾌한 기운이 감돌았다. 먼저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는 사람과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계단 옆 우거진 나무들 앞에는 이름표가 붙여져 평소 몰랐던 나무들의 이름을 새롭게 알게 해주었다. 생태탐방로 나무계단을 지나자, 흙길로 접어들어 붉은 단풍나무가 우거져 있어서, 걸음을 멈추고 가족들과 인증사진을 찍었다. 아내와 두 딸아이의 얼굴엔 방긋한 웃움꽃이 피었고, 단풍잎을 주워 만져보니 가을의 정취를 느끼게 했다. 낙엽을 밟는 소리와 사르르 스치고 지나가는 조릿대의 흔들리는 소리가 어우러진, 숲속은 자연이 들려주는 치유의 음악처럼 들렸다. 산길을 걷다가 바위틈에서 나오는 약수터를 발견하니, 반가운 마음에 다가가서 또 물 한모금 마시고, 몸의 열기를 식혔다. 이렇게 마시는 물은 몸속의 구석구석을 깨끗하게 하는 정화작용을 하므로, 건강에 매우 이롭게 작용을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산을 찾으며, 일상의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 받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산을 내려오는 것같았다. 산길을 오르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니, 가족 간의 사랑이 더 커지며, 평소에 못했던 마음의 이야기를 아이들로부터 들었다. 어느덧 억불산 정산에 이르니, 장흥읍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고, 도로를 한가롭게 지나가는 차량들의 모습과 유유히 흐르는 탐진강이 눈앞에 펼쳐졌다. 억새풀이 우거진 곳을 갑자기 지나가는 바람이 인기척을 하고, 이에 놀란 산새들이 바람을 잡으려, 며느리 바위 쪽으로 날아갔다. 수 천년을 억불산 정상에 서서, 장흥읍을 바라다 보며,거친 비바람을 견디고, 지키고 있는 며느리 바위에는 애틋한 전설이 담겨 있다고 들었다. 억불산 에서 많은 것을 보고 느끼며, 무거운 생각을 내려 놨으니, 다시금 오던 길을 따라 내려오는 길은 가벼웠다. 가볍게 산다는 것은 자유롭게 생각하고, 움직일 수 있다는 유익이 있으므로, 자주 찾아와 억불산과 친구로 지내고자 하는 작은 다짐을 했다. 이홍규 수필작가,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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